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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에디토리얼

여성의 과거, 현재, 미래



이번 19회 영화제는 여성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보통 영화제 즈음해서 개최되는 기자회견에서 상영작과 프로그램 이벤트 등 전반을 발표하기 때문에 개별 작품들을 지금 이자리에서 언급하지 못하는 점 양해바란다. 영화제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면서 소개하고 의도를 알려 함께 하자는 말을 건네는 데에는 그래서 조금 한계가 있을 수 있겠으나, 기자회견 때 발표라는 일종의 엠바고를 어기지 않은 선에서 올해 영화제의 기획 방향과 진행 과정 등에 대해 말해야 겠다.


여성의 과거는 일종의 회고전으로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이라는 섹션명으로 선을 보인다. ‘세계영화사라는 역사는 보통 할리우드 대 반할리우드 프레임으로 기술되어 왔다. 흔히 예술영화라고 불리던 반할리우드 영화는 유럽의 뉴 웨이브와 동일한 궤적을 이룬다. 예술영화= 반할리우드 영화= 유럽 뉴웨이브 영화는 보통 제 2차 세계대전 전후를 기점으로 기술된다.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과 프랑스 누벨 바그로 이어지는 그 시기를 지나 뉴 이탈리안 시네마와 뉴 저먼 시네마 등을 거쳐 80년대에 접어들면 대만 뉴웨이브 등이 출현하여 이 예술영화사를 계승하면서 선형적인 필름 뉴 웨이브는 전개되어 왔다. 영화사 입문강의는 보통 이 역사를 따라가면서 영화의 맥락과 필름 미학을 분석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할리우드 대 반할리우드 프레임은 사실 세계영화사를 보는 많은 프레임 중 하나일 뿐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주체의 관점과 시차에 따라 제 역사는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은 필름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선점한 기존의 세계영화사가 배제와 생략의 바탕위에 쓰여져 있다는 것을 비판하고 단수가 아닌 복수의 역사, 통합 혹은 포함(inclusion)의 역사 다시쓰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에서는 특히 세계가 혁명과 운동으로 소용돌이 칠 때 여성 감독들이 몰두했던 주제와 그것의 돌출된 미적 표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광들이나 영화계 종사자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던질 급진적인 작품들이 여러 편 선보일 예정이며 세계영화사나 여성영화를 바라보는 시야나 관점이 이들 작품을 통해 더욱 깊고 넓어지길 기대한다.  


여성의 현재는 정규 섹션인 뉴 커런츠에서 상영되면서 전 세계 여성감독들의 최신작을 통해 짚어본다. 신인 감독을 발굴하고 중견 감독의 건재를 확인하며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단편에서 장편까지 현재라는 시간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고 있는 전세계 영화들이 동시에 선보인다.

여성의 미래는 쟁점 섹션인 <여성이 미래다: 과학, 여성 그리고 SF> 에서 조망된다. 4차 산업혁명 혹은 GNR 혁명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학) 시대를 여성 영화로 관통해 보는 섹션이다. 블록버스터 영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의 주장르라 여겨지는 SF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독자적인 미래 사회가 펼쳐지는 영화에서 현재의 과학 기술에서 여성의 위치를 점검하는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과학, 미래, 기술은 치열한 현재와 동떨어진 공상이나 망상이 아니라 현재, 생물, 성을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하면서 합성 교배한다. 엠바디와 임플리먼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기술 용어만이 아니라 체현과 구현의 의미와 구문으로 사회적인 맥락을 찾을 수 있고, 도구적 상상력은 지금 인간의 마음의 지도 위에서 펼쳐지기에 현재와 미래는 단절이 아니라 비늘처럼 겹쳐져 있다. 쟁점 섹션에서 제기될 수 있는 이런 많은 이슈들은 도나 해러웨이와 마가렛 엣드우드 등의 혁신적인 이론가와 작가가 직접 출현하거나 원작자인 영화에서 드러날 것이다. 영화 상영과 더불어 쟁점 포럼이 함께 조직되어 여성이 미래인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담론으로 펼쳐볼 예정이다. 다음 달 뉴스레터에서는 약 110편의 초청작의 생명연장을 책임지고 있는 대담과 포럼 등 프로그램 이벤트를 더 자세하게 논의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길 바란다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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