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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2017 SIWFF 미리보기] 퀴어 레인보우


퀴어 레인보우, 미국, 중국, 한국의 퀴어들 


성 다양성을 지지하며 성적 소수자들의 삶과 사안을 다룬 영화를 소개해온 '퀴어 레인보우'의 올해 특징은 미국, 중국어권, 한국의 주목할 만한 성취다. 최근 미국 퀴어 영화는 주제의 다양성과 완성도에 있어 뉴 퀴어 시네마의 부활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바마 정부의 퀴어 우호적 정책과 트랜스젠더나 유색인종 등 성소수자 내의 소수자 문제에 대한 깊어진 고민과 높아진 감수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그래서 한편으로는 포스트-트럼프의 미국이 더 걱정되기도 한다


<탈영 AWOL>                                                                        <나만의 필살기 SIGNATURE MOVE>

 

이미 여러 단편으로 선댄스 등의 북미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아온 뎁 쇼발과 제니퍼 리더의 장편 데뷔작, 경제문제가 심각한 미국 변두리 레즈비언의 강렬한 연애를 탁월한 연출로 그려낸 <탈영AWOL>과 이민전문변호사인 파키스탄계 레즈비언과 프로레슬링 선수였던 어머니 아래서 자유롭게 자란 라틴계 레즈비언의 관계를 코믹하게 그린 <나만의 필살기SIGNATURE MOVE>, 사탄을 신봉하는 동성애자로 몰려 두 소녀를 강간했다는 마녀사냥을 당해 약 10년간 수감된 4명의 라틴계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범죄 수사 다큐로 풀어낸 수작 <살렘의 남서쪽: 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와 뮤지션이 꿈인 트랜스젠더 소년의 감동적인 휴먼 다큐 <리얼 보이>가 그러한 미국 퀴어 영화의 경향을 보여준다.


<살렘의 남서쪽샌 안토니오 4인방 이야기 SOUTH OF SALEM: THE STORY OF THE SAN ANTONIO FOUR> (좌)

<리얼 보이 REAL BOY> (우)

 

한편, <우리가 여기에 있다>, <레즈비언이 게이와 결혼할 때>, <후통 포르노>는 각각 현대 중국 레즈비언들의 역사, 공동체, 액티비즘, 삶의 방식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너무나 소중한 영화이다. 상영후에는 동시대 중국레즈비언 액티비즘의 한복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의 시 토우 감독이 참석해 현대 중국 레즈비언의 삶과 역사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토크 프로그램도 있을 예정이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 WE ARE HERE>(좌/중)  <후통 포르노 THE HUTONG VIBE>(우)


2017년 베를린영화제 테디베어 수상작인 대만 다큐멘터리 <일상대화> 또한 놓치면 절대 안 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회의 강압적 이성애와 폭력적 남성성이 한 가족과 개인에게 어떻게 수많은 고통을 야기하는가를 보여준다. 레즈비언인 어머니는 왜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하고 결혼을 해야했나, 어머니는 남편의 폭력에서 딸을 지켜내지 못했는가, 딸은 왜 이제야 어머니에게 대화를 건넬 수밖에 없는가.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어머니와 현재의 화해를 시도하는 감독의 용기가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일상대화>

올해 양적으로 부쩍 늘어난 한국의 퀴어 단편들은 작지만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한국 퀴어 단편은 앞으로 더 크고 풍성한 한국 퀴어 영화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이외에 해외 퀴어 단편선으로 묶인 영화들 또한 다양한 지역, 인종, 정체성의 퀴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모든 영화들과 우리 함께 무지개를 띄워 보자.


조혜영/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