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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SIWFF] 개막작 “아녜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프랑스 뉴웨이브 운동의 주역 가운데 하나인 아녜스 바르다와 프랑스 유명 사진작가인 JR이 공동 감독한 매력적인 다큐멘터리 로드무비다.

노안으로 세상이 희미하게 보이는 아녜스 바르다 감독은 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사진작가 JR에게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작은 트럭을 한 대 구입해 프랑스 시골을 다니며 사람들의 얼굴을 사진으로 남긴다. 포토 프린팅을 거쳐 마을 곳곳에 확대 전시되는 얼굴 사진을 통해 사람들은 전시된 장소를 새롭고 낯설게 보게 되고, 사진의 주인공 또한 삶보다 더 큰 예술을 마주할 때의 감동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

 

프랑스 누벨바그 세대의 감독인 아녜스 바르다는 점점 더 보이지 않는 자신의 눈처럼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잡고 싶다. 사진은 지나쳐 가는 순간을 멈춰 간직하는 데에 최고의 예술이며 사람의 얼굴은 만남의 순간에 가장 강하게 남는 최고의 인상이다. 그래서 클로즈 업 사진은 수많은 마주침을 소중하게 담은 선물이 된다.

바르다와 JR은 시골의 버려진 탄광촌 마을, 농부의 집, 트럭으로 배달하는 우체부,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부두와 공장, 해변의 벙커 등을 찾아 다니면서 사진을 찍는다. 알려지지 않은, 그래서 잊혀져간 사람들과 그들의 공간은 사진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얼굴을 갖게 되고 비로소 실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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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은 이미지를 사랑했던 영화광이 만든 영화이자 영화만큼이나 삶을 사랑했던 거장의 삶에 대한 찬가이다. 영화에서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다르에게 눈-영화-이미지-얼굴() 혹은 삶과 영화의 관계는 단절과 반목의 관계였다면, 바르다에게 그것은 서로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생기를 불어넣는 우정의 관계 아니었을까.

 

작성 : 김선아 집행위원장/수석 프로그래머

정리 : SIWFF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