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는 영화제를 찾은 전세계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질문합니다.
21살의 시우프(SIWFF)에게, 그리고 21살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요. (편집자 주)
21살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작년 일이라서 생생하게 기억나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페미니즘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은 느낌? 20살 때부터 관심은 있었는데 여러 담론이 제 일상생활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쳤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접했는진 가물가물한데...인터넷에서 너무 뜨거운 이슈이다 보니 궁금해서 책을 구매해 읽었었어요. 정희진 작가님이 쓰신 ‘페미니즘의 도전’이었어요. 사실 쉬운 내용은 아니라서요. 더 찾아보고 다른 책도 사보고 하면서 견해를 좀 달리 봤던 거 같아요. 그러면서 온라인상으로도 페미니즘을 많이 접했어요. 특히 21살 때는 제가 탈코르셋을 접하고, 그걸 실천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던 해라서요. 뜻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탈코르셋을 결심했어요?
“지금도 사실 오락가락해요. 그때 크게 마음을 다지게 됐던 이유가...이수역 폭행 사건에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거든요. 알게 된 당일에 바로 머리를 잘랐어요. 심지어 붙임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붙임 머리를 다 자르고 단발로 다니다가 바로 다음 날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더 잘라냈죠. 한편으로는 ‘내가 너무 서둘렀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어요. 왜냐면 지금 이 상황은 여성영화제라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거지만 솔직히 길에 나가면 그렇지 않잖아요.”
오락가락한 생각이 들 땐, 어떻게 마음을 다잡아요?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고민을 얘기하기 힘들어요. 모든 친구가 이 주제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온라인에서 그나마 힘을 좀 얻죠. 온라인상에는 많은 여성분이 실명까지 공개하고 페미니즘 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계시니까요. 연대감을 느끼면서 버티는 것 같아요. 그런 말 있잖아요. ‘핸드폰 끄면 페미 없다(웃음)’.”
당시 21살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꿋꿋이 네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라. ‘페미니즘에 대해 이만큼 얘기할 정도로 내가 자격이 있나?’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자신 뿐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제 친구도 그렇고 요즘 페미니즘 진입장벽이 높다는 말을 여기저기 들어서... 그게 되게 마음 아픈 말인 것 같아요. 자체검열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들도 있으니까 한배를 탄 입장으로서 다 같이 으쌰으쌰 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페미니즘 책이 있나요?
“저는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로는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라는 책. ‘어디 가서 페미니즘 얘기하라면 입은 뗄 수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여성 혐오적인 발언을 했을 때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진짜 좋은 책이에요. 두 번째는 원서인데 <Beauty Sick>이라는 책이요. 아마 한국에서는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라는 제목으로 출판됐을 거예요. 저는 원서로 사서 읽었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탈코르셋 담론의 에센스가 전 세계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영미권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했었구나’하고요. 원서 두께가 한국판의 두 배거든요. 그럴 거면 원서를 읽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글 윤다은 자원활동가
사진 조희경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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