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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2회(2010) 영화제

두 집행위원장님을 만나다!



저희 IWFFIS BUGS는 지난 4월 1일, 두 집행위원장님을 만났습니다^^
영화제 시작을 약 일주일 정도 남겨두신 터라 매우 바쁘셨는데 저희에게 시간을 내어주셨답니다.



버그즈
: 두 집행위원장님, 많이 바쁘시죠?

변재란
: 학교에 재직 중이라 수업을 제외하고 남는 시간은 모두 영화제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혜경
: 올해는 정부지원금이 좀 늦어져서요. 재정마련이 아직 끝나지 않아서 지금도 일이 바쁘네요. 반면에 후원회원들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죠. 재정 문제만 빼면 다 잘 되고 있는 것 같아요.


버그즈: 변재란님께선 이번에 공동 집행위원장이 되셨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으신데요.

변재란
: 이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데요(웃음). 부담이나 책임감을 생각할 틈도 없이 바빠서 이런 질문을 받아야 의식할 정도예요.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버그즈: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12회째입니다.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혜경: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회부터 여성들의 해방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성들에게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거죠. 우리 영화제는 여성의 이름으로 다양한 현실과 문제들에 대면하게 되고, 일상을 떠나서 더 많이 생각하고 감동하고 행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감의 시간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또 영화제 자체가 갖는 ‘축제성’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해요. 한 자리에 함께 모여서 영화를 즐기고 서로 알아가고 이를 통해 서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과정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올해 영화제의 의제인 ‘우정과 환대’에는 이러한 가치가 잘 반영되었습니다.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자. 우리에게 낯선 사람들을 두 손 두 팔을 더욱 벌려서 환대하자.” 본래 축제가 가진 성격이고 그것이 올해의 정신이죠.




버그즈: 피치앤캐치, NAWFF 서울 2010 등이 신설되었습니다. 현장과 더욱 가까워지는 모습입니다.

이혜경: 관객들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소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인력을 키우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는데, 예산이 기본적인 것들을 하기에도 빠듯해서 그간 엄두를 못 냈어요. 올해는 저지른다는 생각으로 이벤트나 다른 것들을 줄여서라도 ‘피치앤캐치’를 과감히 시작했죠.

변재란: 옥랑문화상으로 시작한 것이 피치앤캐치로 꽃을 피운 거죠. 영화제가 산업과 연계되어 기대함직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외부의 압박도 있었고요. 숨어있는 시놉시스, 시나리오들이 공정한 경쟁을 하고 훌륭한 심사위원들과 배급자, 투자자들이 함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대중들과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영화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고요. 좀 더 투명하게, 좋은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영화제를 통해 만든다는 것이 매우 즐겁습니다.

이혜경: 여성영화제는 유달리 관객들의 애착과 주인의식이 강해요. NAWFF 서울 2010도 마찬가지에요. 그간 영화제끼리의 교류를 통해 상호 연대가 축적되어왔고 다들 자기 영화제하기 바쁘면서도 오랫동안 연대해 오다 보니 ‘더 이상 미루지 말자, 해보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오랜 우정관계를 생각하면 더 미룰 수 없었던 것이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가장 크고 역동적이기에 여기 서울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버그즈: 올해 쟁점 섹션의 화두가 ‘모성’입니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선정하게 되셨는지요?

이혜경: 보편적이지만 어려운 선택을 한 거죠. 모성에 대한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사회와의 관계 같은 공적인 영역과 가족 등의 사적 영역이 얽혀 모성을 둘러싼 양상이 굉장히 복잡해졌어요. 모성은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여성과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빈국과 부국 사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경쟁 체계 안에서 교육열에 들떠 과잉된 모성을 수행하기도 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워 저출산이 불가피해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과 맞닿아있습니다. 출산 장려금, 육아 지원비 등의 국가 정책, 모성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공세가 더욱 더 심각해지고, 여성들이 모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왜곡시키는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고요. 가장 집중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인데 이러한 모성을 둘러싼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변재란: 모성에 대한 신비화, 찬양,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라 모성 그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복잡한 층위를 거슬러서 질문을 던지는 기회이자 정치, 빈곤, 사회, 역사 등 많은 것들이 모성과 만나면서 어떻게 다양한 이야기와 갈등, 생각거리를 만들어내는지를 고민할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버그즈: 이번 포스터는 나혜석의 얼굴과 익명의 현재 여성의 얼굴을 합한 것인데요. 영화제가 12회째를 맞으면서 비교할 때, 여성들의 삶이 변화된 게 있을까요?

이혜경: 많이 변했죠. 여성들이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예전보다 훨씬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에요. 이건 장점입니다.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점점 피상적이고 도구적인 관계를 맺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런 것은 꼭 여성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민이 많이 됩니다. 또 한국사회가 굉장히 빨리 성장했잖아요. 하지만 도구성은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강화되었고요. 여성운동의 결과만은 아니겠지만 여성운동을 하면서 바랐던 것이 지금의 결과는 아니었죠.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자는 거였지, 남성과 사랑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었고…… 여성들이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이 평등을 포함한 제도적 변화 속에서 휩쓸려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아쉽고 안타까워요. 모성도 현재 과잉되어 있죠. 아이를 새벽부터 학원에 보내고 뇌파 변화시키는 데에 돈을 몇 백씩 들이는 것은 이상한 보살핌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해요. 여성들이 사회구조 문제를 성찰하면서 동시에 대안을 찾는데 골몰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시아의 다른 나라 여성들과 만나는데 노력해야 하고요. 물도 제대로 없는 나라, 모성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 나라들이 많잖아요. 우리가 손을 잡아야죠. 한국이 갖고 있는 역동성은 한국의 힘이기는 하지만 성찰도 필요합니다. 이러자고 힘을 갖자는 것도 아니었고 이러자고 여성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버그즈: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어떤 영화제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변재란: 저는 우리 영화제가 많은 이들이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자기가 바라는 것이 있을 텐데, 영화제를 통해 기쁨이 충만하게 된다든지, 치유가 된다든지 혹은 오랜 친구를 만난 것만 같은 넉넉한 여유로움을 맛본다든지…… 무엇이든 간에 그런 것들을 영화제를 통해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혜경: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어떤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특별한 도그마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실과 늘 대화하고 성찰하면서 우선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 그 힘이 사회 전체의 큰 양식이 되었으면 해요. 영화를 매개로 좋은 축제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사람들이 열심히 부지런히 살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이자 축제로 존재하길 바랍니다. 여성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주고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했음을 잊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사회와 세계를 껴안았으면 좋겠습니다.




버그즈: 마지막으로 올 봄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을 많은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혜경: 우리가 기본은 만들어놨어요. 거기에 피가 흐르게 하고 살을 찌우고 아름다운 모양새를 갖춰가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부디 오셔서 아름답게 완성해주세요.

변재란: 영화제가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은 모두 관객들의 힘인 것 같아요.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방문하셔서 여러분들 덕분에 영화제가 더욱 풍성해지고, 영화제 역시 여러분들에게 풍성한 봄날의 온기를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환영합니다.


남자친구가 없는 두 버그즈에게 집행위원장 두 분이 주신 조언은?
- 여성영화제에 오는 남자 관객을 만나라!
흑흑, 하지만 영화제 중반을 넘어선 지금, 아마도 불가능할 듯 싶네요......OTL
나의 봄은 어디로??? 저희는 안 되더라도 관객분들은 꼭 여성영화제에서 봄날을 맞으시길~
남은 영화제 기간 마음껏 즐겨 보아요>ㅁ<

IWFFIS BUGS 어예나, 조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