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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2회(2010) 영화제

소녀들을 위한 가장 멋진 메세지


시놉시스: 밀레나와 친구들은 쇼핑몰에서 죽치면서 선물을 사주고, 자신들이 물건을 사고 나면 돈을 내주는 돈 많은 아저씨들을 만난다. 어람 후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녀 엘리샤가 전학 온다. 처음에 소외감을 느끼던 엘리샤는 곧 아이들과 어울리고 밀레나와 친해진다. 어느 덧 둘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같은 시기 함께 노는 패거리 중 하나인 미차우도 엘리샤를 좋아하게 되면서, 밀레나와 미차우는 엘리샤를 사이에 둔 라이벌 관계가 된다.

쇼핑몰의 소녀들. 쇼핑몰에 소녀들이 있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제목만을 보았을 때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까지 소녀라고 하면 생각해 왔던 하이디, 소공녀 등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소녀들이여서 이었을지도 모른다. 쇼핑몰의 소녀들, 밀레나와 엘리샤는 흔히 말하는 불량 소녀들이다. 원조 교제를 하고 학교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며 부모님에게도 시종일관 삐딱한 태도이다. 이 영화는 그런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도 그런 불량 소녀는 아니었고 주변에서도 그런 아이들을 본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밀레나와 엘리샤의 행동들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밀레나와 엘리샤 속에서 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용하게 살면서 착한 아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만 삶이 너무 지치고 지겨워서 때때로는 탈출구가 필요하고 삐뚤어지고 싶기도 한 엘리샤가 나에게도 있었다. 거칠고 무서운 세상을 스스로 더욱 차갑게 대함으로써 애써 괜찮은 척 자신을 포장하고 강한 척 하려는 밀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인기가 많았으면 하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은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밀레나가 나에게도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가슴앓이 하다가 놓쳐버리는 미할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 모든 불량한 아이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결국 그 아이들도 나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불안한 마음과 사랑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 마음들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 아이들이 있기 이전에 사회에 있었다. 사랑이 부족한 우리의 사회가 문제였다. 10대의 어린 소녀들에게 하이힐을 신기고, 미니스커트를 입히고, 립스틱을 바르게 하는 사회와 어른들이 밀레나와 엘리샤를 무조건 비난하고 몰아세우기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진정한’ 사랑이 없는 곳에서 살아온 아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어떻게 주는지 몰랐고, 진정한 사랑이 찾아와도 그것이 사랑임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 외로워하고 서로 힘들어 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누군가가 조금만이라도 사랑을 주며, 강하다는 것은 이를 악물고 세상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상관없이 행복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더라면 그 아이들의 삶은 어땠을까. 이 사회와 10대들이 삶이 조금만 더 따뜻하고 사랑이 넘쳤더라면, 누군가는 목숨을 잃지 않아도 됐을 것이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지 않아도 됬을 것이다. 밀레나와 엘리샤의 삶은 지금의 불안하고 외로운, 사랑이 목마른 10대들을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그들과 공감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엘리샤는 화장을 지우고 거울 속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그 거울 속 시선의 끝에는 객석에 앉아 있던 내가 있었다. 엘리샤와 나의 시선이 맞닿던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이 나에게 스며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멜리나의 세상에서 뛰어나와 예전으로 돌아가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엘리샤는 예전의 엘리샤와는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아픔을 알았고, 사랑을 알았으며 세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엘리샤는 전과 같아 질 수는 없다. 세상과 부딪쳐서 얼마나 심하게 깨지고 상처받든 우리는 결국 아픔 끝에 성숙해 지는 것 같다. 엘리샤가 그러했듯이. 그렇다면 나도, 우리 모두도 언젠가는 조금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우리를 애써 세상으로부터 감추던 화장을 깨끗이 지워내고 10대로써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쇼핑몰을 나와서 ‘우리의 삶’으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이 모든 10대 소녀들의 질문들에 가장 솔직하고 멋진 대답을 해준 ‘쇼핑몰의 소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의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