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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소박한 황제의 식사, 음악 그리고 영화

지난 8월 14일부터 15일 여성영화제 관객분들과 함께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는 제천으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사무실 스태프 3명과 나들이단 40명이 1박2일 동안 영화도 보고 음악에도 취하며 한여름밤의 풍치를 제대로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이 글은 제천나들이에 다녀오신 이은주님이 쓰신 제천나들이 후기입니다.


버스
- 만남의 시작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루룩 흐르는 요즘 날씨에여행 떠나는 이에겐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서글프기 보다는 반가운 비로 다가 왔습니다. 내리찌는 햇볕 때문에 창의 커텐을 쳐야 하는 나들이가 아니라 초록의 강산을 맘껏 있는 날씨라 더욱 반가웠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늦을까봐 영화제 스태프들이 꼼꼼히 보내온 문자 메시지에 마음이 조급해져 않으려고 아침도 거르고 왔는데 이를 헤아리기라도 한 듯 관객분 중 한분이 따스한 큰 언니의 손길마냥 따끈한 콩떡을 나눠줘 배를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모임에서 그러듯 자기소개 시간이 왔고 이름과,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를 이야기습니다.

"영화를 좋아함" 그리고 "여자" 라는 가지의 공통점만 있을 뿐인데도, 정말로 다채로운 삶의 궤적들을 가진 다양한 연령대의 여인네들 그리고 분의 청일점 이틀 동안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선배, 후배였습니다너무나도 말씀들을 잘하셔서 전혀 어색한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20대의 딸부터 75세의 할머니까지, 다들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또는 여유롭게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 이야기 하고 계셨습니다.   

 

먹거리 - 소박한 황제의 식사

"- 먹이고 - 재워야 한다" 것이 여성영화제 이혜경 위원장님의 신념이라는 것이 식사에서 증명이 되었습니다. 황태구이와 고등어, 올갱이, 백숙, 노란 연잎밥과 아욱된장국, 그리고 묵밥까지. 가짓수만 많고 먹을 것이 없는 도시의 음식만 먹다가 정말 소박하지만 영양과 정성이 가득한 우리네 밥상을 받았습니다. 배둘래 햄만 없다면 번이고 시켜서 먹고 싶은 식단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아 들르는 음식점마다 명함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휴게소에서 내리고 타면 우렁각시가 어느 새 의자에 놓은 유기농 과자에 비타민 드링크옥수수, 오시지 못한 정승혜 실장님이 챙겨주신 밤과 육포까지  우리의 여행이 먹는 먹거리 여행이었나 정도였습니다.

 

음악 그리고 영화 - 가슴으로 들은 음악과 귀로 영화

<더 콘서트>에서 만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다른 감흥을 주었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곡이고 자주 듣는 곡이었지만

제천나들이에서 들었던 곡은 귀로 들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었던
같습니다. 슬픈영화는 아니었는데 불과하고 음악 때문에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은 비단 저만이 아니었었던 같았습니다. <도시 악사들>은 미안하게도 식곤증 때문에 즐기지 못했지만 <브랜 데이> 에서는 멀티플렉스 아닌 "극장"에서나 들을 있었던  웃음소리와 박수 여러 만날 있어 즐거웠습니다. 자막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어린 딸에게 가르쳐 주려는 엄마를 보면서, 기회만 되면 가르치려는 교육 공화국 엄마들의
 또한 있었습니다많은 좋은 음악영화들이 있었다는데 없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윤도현의 나는 나비와 이문세의 옛사랑

야외 극장에서 YB Band 다큐도 좋았습니다. 나래이션 장면 보다도 노래하고 연주하는 모습 많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었지만 말입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50대에 접어들었을 이문세인데도 20 못지 않는 열정으로 노래하고, 우리 아줌마들의 감성을 적절하게 요리하면서 1시간 반을 게스트 없이 노래하는 진정한 예술인을 만날 있어 좋았습니다. 오락 가락 하는 장맛비 때문에 하면(?) 평소에 감히 할 수 없는 " 맞고 춤추기" 기대 했지만 서늘한 바람만 불어주는 날씨 또한 감사했습니다. 빨간 풍선을 젊은이들 못지 않게 흔들고온몸으로 춤추셔서 팔이 아프신 어르신들 계셨으니, 이문세 콘서트 표가 조기 매진 된다는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제천/ 청풍호수 - 그리움과 낭만이 있는

누군가의 집이었을 , 마을 정자가 있고 느티나무가 있었을 , 하지만 돌아갈 없는 곳이 되어버린 호수. 같은 이방인에겐 그저 놀랄 만큼 크고 아름다운, 같은 호수. 차려놓은 잔칫집에 찾아온 객이 아닌,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보물들을 찾는 마음으로 다시 올까 합니다. 솟대 박물관도 다녀와서 꽃들이 만발한 정원에 앉아 마음 맞는 벗이랑 향 좋은 차를 시켜먹는 호사를 누려 볼까 합니다.

애들 말로 "강추"입니다 "강추".  옛말 그른데 하나 없다니까요.  "청풍명월".

 

버스 - 감사와 행복

"행복이 가득한 " 아닌 "행복이 가득한 버스" 였습니다. 감사와 칭찬, 그리고 격려로 가득 채워서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준비하신 위원장님, 여성영화제 스태프분들. 
그대들의 수고로 모두가 행복을 온몸으로 느꼈던 이틀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이했던 많은 분들, 따뜻하고, 쿨하고, 엣지있고, 정말 멋있는 분들이었습니다영화에서의 반전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데, 저에겐 제천나들이의 반전은 버스 사이키조명아래서의 노래자랑이었습니다. 이런 분들도 이런 문화를 즐기실 아신다니,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모습들의 여러분들을, 뵙길 기대하면서

감사와 행복이 가득한 여행이었습니다.


- 이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