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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몸의 정치학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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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가속화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질서는 여성의 몸을 폭력의 피해자에서 소비되는 상품이자 소비하는 주체로 이행시키고 있다. 여성주의가 말했던 여성의 주체성은 현재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성 소비 주체성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여성들이 독립적이려면 돈이 있어야 되고 성공하려면(?) 이뻐야하며 개인적 능력만 있으면 여성도 남성 못지 않게 출세할 수 있다는 이 시대 성공 공식은 여성들이 비정규직 산업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교묘하게 감추면서도 세계화 시대에 여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몸의 정치학’ 특별전은 신자유주의 시대 여성의 몸은 어디에 놓여 있으며 이를 둘러싸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어떤 것이며 어떤 새로운 문제가 여성들에게 놓여있는가를 성찰해 보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자리에는 여성의 몸이라는 물질에서 시작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다뤄지고 있다. 이는 여성의 재생산 결정권, 성폭력의 피해자의 몸, 여성의 성형 수술, 생물학적인 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육체를 사회의 구분에 구애 받지 않고 결정하려는 트랜스젠더의 몸,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에 속해 있지 않은 양성구애자(hermaphrodites)의 몸, 개인의 몸을 단련하고 길들이는 미용 다이어트와 여성 스포츠의 경계 등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모든 사회 영역에 스며들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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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정치학 특별전에는 여성의 몸을 기존의 영역이 아닌 다른 범주나 위치로 이월하고 전환시키는 영화들이 상영된다. 또한 이들 작품들은 기존의 여성에게 강제되어 있는 신자유주의적 가부장제적 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이를 비판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잔지바르에서 결성된 여성 축구단 이야기인 <잔지바르 축구 퀸 Zanzibar Soccer Queens> 외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orever the Moment>, <쌍둥이 축구자매 Girls in Guyville>, <비키니를 입지 않은 소녀 No Bikini> 등은 여성들의 자긍심은 외모 지상주의가 낳은 미용 다이어트가 아니라 스포츠를 ‘하는’ 데에서 고취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여성의 성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오버 더 힐 Over the Hill>과 에이즈와 양성구유자, 장애인의 몸을 병적이고 비정상적인 몸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진옥언니 학교 가다 Jinok Goes to School>, , <자매이야기 My Sister>가 이 특별전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몸에 난 털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남성과 여성 간의 성 권력 문제를 다룬 <당신의 날개 Your Wings>와 <털북숭이 다리 Diary of a Pair of Hairy Legs>, 신자유주의를 치질과 연결 짓고 있는 <당신의 똥꼬는 안녕하세요? Say Hello to Your Anus> 등의 신선한 도발이 돋보이는 한국과 대만 작품 또한 함께 볼 수 있다.

‘몸의 정치학’ 특별전은 영화제 기간 중 4월 15일에 열리는 국제포럼인 ‘세계를 재생산하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생체 정치학’을 통해서 열띤 토론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수석 프로그래머 김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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