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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5회(2013) 영화제

10대가 이야기하는 그 작품 : <명왕성>

10대가 이야기하는 그 작품 : <명왕성>

-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틴즈 리뷰

* 아래 글에는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명왕성>

신수원 | 한국 | 2012 | 114'| D-Cinema | color | 드라마


  

사진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만난 신수원 감독과 아이틴즈



우리는 매일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공부한다.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나칠 정도로 성적에 집착하게 되었다.

‘명왕성’은 이러한 학교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 극단적인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여 학교안의 경쟁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일반고에서 명문고로 전학 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떨어진 성적을 올리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준이의 모습은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토끼사냥’이라는 비밀클럽과 그 클럽에서 행해지는 비윤리적인 행동들 그리고 마지막 폭발장면은 조금은 극단적이면서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해 자칫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이끌어나간다.

영화에서 과학 수업 중 선생님이 명왕성이 퇴출된 이유를 물어보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유진은 명왕성이 퇴출 된 이유를 대답하지만 준이는 명왕성이 퇴출되었다는 것에 반대한다며 그 질문에 반박한다. 준이가 명왕성이 퇴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지 과학자들이 태양계의 중심을 태양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명왕성이 태양계와는 다른 궤도를 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명왕성을 태양계에서 퇴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 <명왕성> 스틸컷


성적이라는 기준으로 상위권 클럽에 속하지 못한 아이들을 명왕성 취급하며 자신들과 계급을 나누려드는 상위권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겉도는 주인공이 명왕성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태양계에 속하고 싶지만 명왕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양계에 속하지 못하는 존재. 아마 우리 모두 '명왕성'을 닮았을 것이다. 상위권 아이들을 부러워하기도 하며 때론 그들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주인공처럼 평생 남의 등만 바라보고 가는 내 자신에 대한 미움과 모든 것이 성적으로 평가되는 사회에 대한 분노 등이 우릴 더욱 ‘명왕성’처럼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명왕성을 구제해 줄 어른들은 무능력하게 우리들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고 오늘도 우리는 태양계에 속하기 위해 열심히 경쟁할 것이다.

태양계에 속한 상위 1%의 학생들과 명왕성에 해당되는 준이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평생 어울리지 못할 상극관계이다.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하늘을 바라보며 준이가 폭탄에 불을 붙이려 드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인다는 개기일식, 이 날 폭탄을 터뜨림으로써 준이는 태양계와 명왕성간의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글 : 아이틴즈 이송하




              사진 : <명왕성> 스틸컷


일단 입시교육을 영화로 다루어주시는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란 전쟁터와 같다.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자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낙오되어 다음해의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입시, 학교문제를 주제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명왕성은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르다. 명왕성은 현실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러다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다소 과장된 요소들로 인해 비현실적이고 조금은 판타지스러운 영화로 변질된다. 비현실적인 요소가 주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주인공인 준이 폭탄을 터뜨리는 장면은 전개와 절정부문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며 또 극단적인 상황설정은 입시에 대한 문제점을 단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요소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저해한다는 문제점과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다. 명문고 학생들, 그리고 돈 많은 집의 자식들이란 상황설정이 깔려있긴 하지만 토끼사냥을 하는 장면, 눈에 띄게 미비한 경찰의 역할 등은 영화를 보면서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몰입에 방해가 되었고, 공감이 잘 가지 않았다. 물론 감독님께서 애초에 의도하신 판타지적인 요소를 파악하지 못한 내 탓도 있을 것이다. 또 공감이란 것은 살아온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공감이 안 가는 것은 살아온 환경이 영화 속 그들과 달라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현역 고3인 I-teens 친구들 대부분이 영화에 쉽게 공감이 가질 않는다는 의견을 종합해 봤을 때 비현실적인 요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 같아 아쉽다. 


              사진 : <명왕성> 스틸컷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신수원 감독님 특유의 서정적인 대사처리와 독특한 배경음악이었다. 옛 고문실에서 준이 울면서 하던 대사와 준이 기절 했을 때 들려오던 별들의 노래 소리는 아직도 생각이 난다. 평범했던 소년 준은 잔인한 아이들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오가며 관객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실 이쯤에서 우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아주 모호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일등만을 고집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 모든 아이들은 피해자인 것이다. 즉 구조적 문제가 많은 입시경쟁 속에 놓인 영화 속 모든 아이들이 곧 입시경쟁의 피해자이다. 입시의 문제점은 예전부터 매순간마다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미 사회구조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뿌리박힌 입시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바뀌지 않는다하여 그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대중매체가 이러한 문제점을 드러내어 끊임없이 경각심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입시와 관련된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명왕성을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글 : 아이틴즈 임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