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대 영화제/16회(2014) 영화제

그녀들과 함께했던 봄을 기억하며_자원활동가 후기

그녀들과 함께했던 봄을 기억하며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활동가 후기




안녕하세요.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자원활동가 차한비입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모두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신촌 메가박스에 걸려 있던 대형 현수막이 떼어진 다음 날 저는 제주도로 놀러 왔습니다. 오늘 여기는 종일 비가 내리네요. 시골집을 개조해서 만든 작은 찻집에 앉아 이 편지를 보냅니다.


  

△ 자원활동가 발대식 사진


자원활동가 모집 공고가 있던 지난 봄, 저는 1년간의 계약직을 마치고 여영부영 백수가 된 참이었어요. 그동안 가벼운 호기심과 왠지 모를 책임감(?)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기웃대고는 했는데, 올해는 시간도 많아진 김에 좀 다르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그리고 영화제를 만드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남아도는 시간을 앞세워 데일리팀에 들어오긴 했는데, 막상 인터뷰가 다가오자 겁이 났습니다. 첫 인터뷰는 지난 해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의 이길보라 감독이었어요. 질문지를 들고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마침 계단에서 올라오던 감독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더군요. 이길보라 감독은 자주 웃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주변의 작은 것들, 잊고 지내던 것들을 발견하는 일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달라지게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을 때 참 예뻤지요.



  

△ 이길보라 감독(왼쪽), 킴 버르코 배우(오른쪽)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서 영민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닮고 싶은 그녀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데일리에서 제 이름 세 글자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지난주에 만난 감독과 어제 만난 배우가 했던 말들이 또박또박 쓰여 있는 걸 보는 기쁨은 더 컸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개막작인 <그녀들을 위하여>의 주연 배우 킴 버르코와의 인터뷰입니다. 깊게 고민하고 또 행동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배우는 소신 있게 답하면서도 사려 깊은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킴 버르코는 “비극을 마주했을 때 여러 시각과 입장이 있겠지만, 그 속에서도 결코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야 할 무엇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라는 것을 해보기 전에는 과연 무슨 대화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누군가와 이렇게 좋은 대화를 나눈 것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수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호기롭게 외치며 제주도로 내려온 지 열흘째입니다. 여전히 시간이 많아서 여기서도 가끔 인터뷰를 합니다. 미리 영화를 보거나 기사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들과 이전보다는 조금 덜 어색하게 대화를 이어 나갑니다. 좋은 영화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좋은 영화를 밖에 내보이고 또 찾아오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봄을 보낸 덕분에요. 즐거웠고 고맙습니다. 또 만나고 싶어요.



제주에서, 한비 드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 뉴스레터_GoodBye Sixteen


1. 자원활동가 후기

2. 지역여성영화제네트워크 출범하다!

3. 우리 동네에서 여성영화제 보자!_7월의 지역여성영화제

4. 2014 씨네페미니즘학교 & 10대를 위한 미디어 교실 안내

5. 욕심 많던 그녀, 트로이카 문희

6. 선천적인 감수성의 지적인 여배우, 윤정희

7. 서구적 외모의 ‘춘향’, 홍세미

8. 마른 몸매에 눈빛이 형형한 배우, 금보라

9. 갯마을의 여주인공, 배우 고은아

10. 7월의 반짝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