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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절망과 냉소를 극복하기 위한 역사 기억하기 :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안녕하세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카이브 보라입니다. 반갑습니다 :) 아카이브 보라에서는 올해 개최된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들을 엄선하여 총 25편(장편 12편/단편 13편)을 새롭게 아카이빙하였고, 이로써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보유한 여성영화는 총 289편이 되었습니다.

한편 8월부터 10월까지는 씨네 페미니즘 학교가 두 개의 강좌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10강의 열린 강좌와 8강의 집중 강좌가 수강생 분들의 덕택으로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늘 좋은 강좌를 준비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이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여성영화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와 젠더차별의 문제가 첨예하게 불거지고 있는 현 한국사회/문화 환경에서 다양한 여성영화들이 여성의 문제들을 소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를 희망하며 앞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올해 아카이빙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시간에 소개할 작품은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입니다.

이 작품은 성평등지수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있는 스웨덴에서 페미니스트 정당을 건설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페미니스트들은 서로 다른 문제의식 및 지향점을 가진만큼 정당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합니다.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저 먼 나라 스웨덴의 운동을 통해서도 확인하며 안타깝고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따라가 봅니다.

페미니스트 정당 'FI'의 멤버들은 내적 갈등만이 아니라 외부와도 갈등을 겪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과 언론플레이 등은 급기야 멤버들에 대한 협박으로까지 이어지고, 구성원들은 그것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러나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성정치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배우 제인 폰다가 스웨덴을 방문해 홍보를 돕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 겪는 희노애락은 나라를 불문하고 겪는 것인가 봅니다.

과연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는 어떤 결실을 맺게 될까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답이 안 나오는 사회문제들이 만연합니다. 헬조선은 변화를 꿈꿀 수 없는 어떤 절망과 냉소의 정서를 표현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헬조선이라는 말에 담긴 답답하고 비관적인 기분들을 떨쳐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먼 나라의 21세기에도 여전히 힘겨운 현실들이 우리 앞에 존재하며, 그러고 보면 인류는 늘 당면한 사회의 불평등을 바꾸어 어떤 변화와 성숙을 일구어내고 있었다는 유구한 역사가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미래를 볼 수 없지만요.

쓰고 보니 너무 뻔한 말 같이 느껴지는데요. 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한 진실을 품고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분열이 있으면 그것이 한 집단을 건강한 논쟁으로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하고, 모이면 흩어지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증오하는 사람도 있던 인류의 역사적 풍경에서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는 현실의 문제들과 장벽이라고 하는 것이 늘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실제로 변화해왔음을 기억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현실에 능동적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이 가지는 에너지와 힘을 느끼며 다시금 헬조선이 포기의 단어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4년, 창당 10년차의 FI는 의회에서 원외정당 중 가장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며, 유럽의회에 당선되며 세계 최초 의회 진출 페미니스트당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