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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병든 현실을 이겨내는 건강한 성장통, 스웨덴에서 온 영화들



안녕하세요. 아카이브 보라입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새해라는 것은 재미있게도, 한껏 웅크려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흥분과 기대로 살짝 상기되어 활기찬 분위기를 띠게 마련인데요. 우리는 또 다가온 한 살 잘 먹고 몸과 마음 무럭무럭 크자 다짐하며, 떡국을 끓여 어른이든 아이든 한 그릇을 뚝딱 비웁니다.

아카이브 보라는 2016년 우리가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성장을 키워드로 한 작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올해 영화제에서 준비했던 스웨덴 특별전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성장통과 그것을 극복하고 얻는 값진 깨달음을 담은 영화들이 상영되었습니다.



우선 화제의 개막작 <마이 스키니 시스터>를 빼놓을 수 없겠지요? 외모, 공부 등등 매겨질 수 있는 온갖 것에서 경쟁하고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소녀들은 방황하고 아파합니다. 어떻게 아프고 어떻게 극복할지 몰라 위태로운 소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은 우선 솔직해지기로 한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룰에, 그것을 받아 안는 몸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이지요. 그리고 그것을 인정하는 용기를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옆에서 지켜보고 공감하는 서로의 염려와 위로였습니다. 우리에게는 우선 서로에게 진심을 다해 다가가고 이해하려는 시선의 연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네가 보여>의 주인공 레나는 시각장애인인데, 자신을 향한 차별적 시선에 매우 민감한 청소년입니다. 영화는 그녀를 약한 아이로도 장애인으로도 배려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놓인 장벽을 극복하려는, 한편으로는 아직 어린 자신의 세계 안에서 간섭받지 않으려 고집부리지만 다른 한편 매우 주체적인 많은 청소년 중 한 명인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들을 마주하며 한 발 한 발 딛고 나아갈 뿐이며 그렇게 좌충우돌하면서 자신에 대해 배웁니다.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얕은 지식으로 편협하고 빈약한 시선을 배려라 붙이고 있을 따름인지 우리의 어두운 눈을 탓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우리가 던지고 있는 시선이 어떠한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스웨덴에서 온 짧은 단편 <리허설>은 말초적인 쾌락만으로 성에 대한 경험을 재현하는 영상이 만연한 현대사회에, 몸에 오는 변화와 기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그 순간을 또래와의 소통 가능한 경험으로 보여주면서 우리들에게 자연스럽고 즐거운 과정으로서의 건강한 성이미지를 선사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아카이브 보라의 작품들이 현실을 이겨나가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주목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건강함, 건강해지기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병들고 왜곡된 시선의 작용들 속에서 스스로를 보전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스웨덴 영화들이 겪는 성장통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건강하게 지켜가는 법을 배우고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때로 홀로 부대낄 때 아카이브 보라의 작품들이 따뜻한 연대의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아카이브 보라 

문의) 02-583-3598 / archive@siwf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