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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2017 SIWFF 미리보기]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마가렛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는다. 


“돌아서서 그녀를 쳐다보면, 그녀는 잠깐 모습을 보이지만 어느새 우리 손아귀를 빠져 나가 사라집니다. 과거는 위대한 암흑이요, 메아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목소리들이 우리를 찾아올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들은 그들이 온 세상의 어둠에 흡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우리 시대의 선명한 빛 속에서는 그 목소리를 정확히 해독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길리어드라는 가상의 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 중의 소설인 『시녀 이야기』에서 애트우드가 피력한 역사관은 암울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소설을 닮아있다. 돌아서서 쳐다보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과거의 그녀들을 어떻게 우리는 현재에 불러들일 수 있을까? 


영화 <아홉 번의 삶을 산 고양이>



영화<무언가 다른 것>


그에 대한 답은 치틸로바의 영화 제목처럼 <무언가 다른 것>을, 집단적인 운명이 아닌 ‘여성’이라는 개체성을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진 그녀를 허구와 이야기를 통해 다시 불러들이는 과정 중에서 발견되지 않을까. 


영화 <불꽃 속에 태어나서>


<불꽃 속에 태어나서>, <아홉 번의 삶을 산 고양이>, <스릴러>, <골드 디거> 등 가장 급진적으로 스스로의 시간을 창조하고 향유했던 페미니스트 고전들이 지금 과거의 암흑과 해독 불가능한 메아리를 뚫고 현재에 도착해서 우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아주 오랜 동안 그녀들을 쳐다보고 그 목소리를 해독하기 위해 허구의 극장에 머문다.



김선아 / 수석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