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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94호 뉴스레터_에디토리얼




2019년 영화제는 5월에서 8월로 늦춰졌다. 그러니까 올해 영화제는 829일에 시작해서 95일에 마친다. 해마다 봄처럼 처음 맞이했던 영화제가 점점 일정이 밀려 이제는 8월 말 개최를 하게 되었다. 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매년 개최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국가기관이고 서울시는 지방자치 기관이다 보니 예산 집행을 공모사업이라는 형태로 하고 있다. 공모를 한 후 예산을 집행하는 시기가 지난 10년을 호소해도 3월에서 4, 4월에서 5월로 늦춰지기만 해서 영화제 입장에서는 결정을 해야 했다. 영화제 사업을 위한 예산이 5월 개최 영화제에 5월에 집행되는 게 말이 되냐는 민원은 지겹게 했지만 불통의 역사는 올해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모사업이라는 게 겉보기에는 참 공정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행정편의주의일 때가 많다. 각양각색의 정체성을 갖고, 규모도 다른 행사를 모두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묶어 한꺼번에 편하게 한 번만 시가 움직여 예산을 집행하면 된다는 획일적인 마인드가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순환제라는 제도는 또 어떤가. 담당자들은 정신없이 교체되어 더 발전적인 형태로 어떤 사업을 시 단위와 협의하기란 그냥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매해 똑같은 민원과 수정을 시에 요구해도 명확한 답이 없다. 대략의 실무를 파악하고 이제야 이해를 하는구나 싶은 공무원은 어찌나 더 빨리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떠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단체들끼리 각자의 이해가 얽히고 각자의 입장이 뚜렷한 사업을 담당하던 실무진이나 시 입장에서 보면 순환 공무원제만큼 완벽한 핑계도 없겠다 싶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들에게 <,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2016)를 교육용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공무원 개개인이 아닌 행정 시스템 자체가 어떻게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지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20회를 유례없이 가장 성대하게 성공적으로 치룬 것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위의 지적들은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거버넌스가 가능할 거라는 냉소주의로 안 빠질 정도의 낙관론에서 나온 거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2019년 첫 뉴스레터를 이렇게 비판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아끼는 많은 분들이 연기된 영화제 개최 일정을 접하면서 그 이유를 궁금해해서 솔직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는 영화제 스태프 노동 조건 시정 및 개선에 관한 건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에 맞게 노동 계약서와 내규를 시정했고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영화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어 왔던 근로조건은 여성영화제를 비롯해서 국제영화제들이 함께 수정 개선하여 내부의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성 노동자가 특히 많은 영화제 노동 현장이 여성의 생애 주기에 적합한, 여성을 위한 현장이 되도록 보다 깊이 고민하고 이를 만들어 가는데 앞장서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될 것을 약속한다



김선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수석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