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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SIWFF, 그리고 나] “지금은 지금대로 행복하죠. 보세요. 제가 웃고 있잖아요.”

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는 영화제를 찾은 전세계의 페미니스트들에게 질문합니다.

21살의 시우프(SIWFF)에게, 그리고 21살의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요. (편집자 주)

 


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 불량언니작업장 활동가 이호

21살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21살이요? 그때 전 가정주부였어요. 아이 키우느라 바빴죠. 아기가 두 명 있었거든요. 집 밖으로 나갈 시간도 없었어요. 살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그냥 내 삶에 따라 살아가는 거죠. 그러다 어느 순간, 청량리 성매매 집결지가 재개발되며 일이 없어지고 생계를 위해서 불량언니작업장(*청량리 성매매 집결지에서 생활했던 여성들의 작업장)을 찾게 됐죠. 이 활동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활기도 매번 얻어가고요. 지금은 할 일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우리 얘기를 하고, 청량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 사람들의 호응도 좋으니까 저흰 당연히 더 기분이 좋고요.”

 

당시 21살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한마디를 해 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세요?

“저는 그때 신랑이 신랑이고, 아기가 아기구나, 이런 것만 생각하고 살았어요. 밥하는 것만 알았죠. 그런데 전 그때처럼, 21살 때처럼 살고만 싶어요. 고생도 모르고, 세상 물정도 몰랐으니까. 부모만 알고, 신랑, 아기들만 알았던 그 시절이 좋았어요.”

 

그럼 21살이 아닌, 지금은 어떠세요?

“지금은 지금대로 행복하죠. 보세요. 제가 웃고 있잖아요.”

 


이룸 소개글

: *2007년 ~ 2009년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현장지원센터, 2005년 ~ 현재까지 성매매피해지원상담소를 운영해온 페미니스트 현장단체이다.  한국 여성/소수자운동 지형 속 제도 안팎, 진영 논리 안팎을 넘나들며 다양한 위치에 있는 성판매(경험)당사자의 사회적 권리 확장을 위해 피해를 지원하고 현재 한국 성매매 구조 및 경험에 대한 정치적 인식과 실천을 도모하는 페미니스트 저항의 공간으로, 성매매 구조를 뒷받침하는 법-제도-문화에 균열을 내며 성매매 담론의 경계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글  윤다은 자원활동가

사진  서민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