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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GV현장]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 <나를 데려가줘>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8일 동안 50회가 넘는 GV(관객과의 대화)가 열렸습니다. 

이 중 네 분의 GV 현장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영화를 본 분이라면 더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정체성은 흑백논리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 <나를 데려가줘> GV

 

에나 세니야르비치 감독은 보스니아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성장했다. 이 두 국가는 <나를 데려가줘>의 배경이자 핵심 주제로 그녀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감독은 과거 단편영화 <임포트>에서 보스니아 난민이 네덜란드에 통합되는 과정을 그리는 등 이민과 국가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데 주력한 바 있다. GV는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국가인 보스니아에 관한 설명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 작품인 단편 <임포트>와 <나를 데려가줘>가 닮아있는 것 같다

미학적으로 두 영화가 닮긴 했다.  다만 <나를 데려가줘>에서는 보스니아 이민자들 얘기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보스니아와 네덜란드는 어떤 차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일단 두 국가 간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서유럽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다. 반면 보스니아는 소비에트 연방 출신 국가로 지금은 자본주의로 향하고 있는 중이지만 과거에는 사회주의 지역이었다. 25년 전 전쟁의 상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저는, 현재 양 국가 모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정체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회피하려고들 하는데, 저는 그런 부분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체성은 흑백논리로 구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유럽이 가지고 있는 국가 정체성을 보스니아와 네덜란드라는 두 국가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특히 보스니아라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용광로(melting pot)다. 

 

 

영화에서, 보스니아를 방문하는 여정이 그 국가 자체를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의도로 여정을 구성했나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보스니아를 가는 여정은 멀지 않다. 하지만 일부러 주인공 알마가 아버지가 있는 곳(보스니아)을 방문하는 과정을 순탄하지 않게 표현했다.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스니아가 나쁘고 네덜란드가 좋다고 하려는 게 아니다. 물질주의 거품을 지니고 있는 네덜란드도 표현하고 싶었다.

 

 

주인공 알마, 그리고 그녀와 함께 보스니아로 떠나는 두 인물(사촌 에미르, 에미르의 친구 데니스)은 무엇을 상징하나?

3명의 인물은 각 국가를 상징한다. 알마는 서유럽을 의미하면서도 서유럽에서 보스니아로 돌아오는 디아스포라를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보스니아로 돌아가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보스니아를 떠나려고도 한다.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도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부패도 심각하다. 보스니아의 청년 60퍼센트 정도가 실업 상태라고 한다. 폭력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보스니아에 사는 에미르와 데니스의 경우를 보라. 두 사람 사이에도 갈등은 있다. 한 명은 그곳에 머무르고 싶어하는 반면, 한 명은 떠나고 싶어 한다. 남은 사람들 사이에도 증오와 반감이라는 게 존재한다. 

 

 

감독은 “첫 한국 방문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함께해서 기쁘고, 관객들을 만나게 되어 더욱 행복하다”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로 자리를 마무리 했다. 혹시 나중에라도 더 질문하고 싶은 관객이 있다면 개인 SNS로 편하게 연락해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글  윤다은 자원활동가

사진  서민지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