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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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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앨리스는 반란의 꿈을 꾸는가? © 여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2014), (2015), (2015)와 같은 상업영화에서 (2014)이나 (2015)와 같은 다큐멘터리와 작은영화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영화 이야기다. 한동안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 기근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는 IMF 이후 가장 먼저 해고되고 노동력 유연화의 대상이 되었던 여성 노동자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다. 생산의 장에서 내쫓겨 재생산의 영역으로 되돌아가거나 더욱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내몰려야 했던 여성들은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재현의 장에서도 거세되었다. 그 때문에 1990년대 스크린을 활보했던 다양한 직업의 여성들은 2000년대에는 실종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녀들이 어쩐 일인지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가 20-30대 여성들이 ‘다시 페미..
지혜를 전수하는 조상할머니 : 북유럽 신화의 여신들 [다시 듣는 씨네 페미니즘 학교1] 북유럽 신화의 여신들 안인희 북유럽 신화는 매우 남성적인 특성을 보인다. 애꾸눈의 창조주 오딘(Odin), 망치를 들고 거인들을 때려죽이는 토르(Thor), 파괴의 주 로키(Loki)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들이 잔뜩 등장한다. 신들의 라이벌은 태초에 신들보다 먼저 태어나 쓸모도 없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막강한 거인들. 오딘과 형제들은 태초거인 이미르(Ymir)를 죽이고 그 시신을 알뜰살뜰히 이용해서 천지와 우주를 창조했다. 아홉세계와 시간을 만들고, 난쟁이도 만들고, 질서도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도 만들었다. 오딘의 아들 토르는 인간이 농사짓고 물고기를 잡아 살 수 있도록 인간의 삶을 가로막는 거인들을 때려죽이는 일을 한다. 서리거인, 암벽거인, 얼음바..
<여판사> 혹은 다시 쓰는 한국영화사 한국 여성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인 (1962년, 홍은원 감독)가 약 55년만에 발굴되었다. 는 (1956년, 박남옥 감독)에 이어 두 번째 한국 여성감독의 영화이며,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역사’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의 감독인 홍은원은 이후 와 등 두 작품을 더 감독했으며, 이 개봉되기 몇 달 전에 세 번째 여성감독인 최은희 감독의 (1965년)가 등장했다. 세 명의 여성감독만이 한국영화의 황금기라고 흔히 부르는 1950~60년대에 활약하고 있었다. 70년대는 과 의 감독인 황혜미가 있었고, 80년대는 이미례, 90년대는 임순례 등 10년에 한 번꼴로 한국 여성 영화사는 더디게 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의 이번 발굴은 한국 영화사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시간의 물질: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 샹탈 아커만 Chantal Akerman (1950-2015)샹탈 아커만이 지난 달, 10월 5일에 세상을 떴다. 그러나 늘 도전적이고 독창적이며 예기치 못한 풍경을 선사 했던 그녀의 작품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영감을 주며 자신들의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비록 아커만은 자신에게 붙여진 모든 명명과 범주화를 거부했지만, 그녀는 씨네페미니스트들에게 (형식과 주제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감독 중 하나였으며, 솔직하고 대담한 레즈비언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고, 이민자와 디아스포라 그리고 국경의 이미지에 고집스럽게 천착한 소수 영화를 창조한 작가였고, 노동의 행위와 제스처의 치밀한 연구자였으며, 무성영화 배우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과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에 통달한 배우이자 구조주의 영화의 대가였다. ..
[2015 SIWFF 미리보기] 새로운 물결 / 퀴어 레인보우 새로운 물결 New Currents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새로운 물결은 총 33편의 최신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대 영화제 중 가장 많은 프리미어 수를 기록,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수준 높은 영화로 프로그램의 신선도를 높였다. 여성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독창적인 영화들이 가득 한 이번 새로운 물결의 특징으로는 첫째, 대중적인 웰 메이드 영화와 세계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 등 예술 영화가 고루 포진되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작가 감독과 신인 감독 영화의 멋드러진 조화를 꼽을 수 있다. 마가레타 폰 트로타, 도리스 되리, 셀린 시아마, 파울라 반 데르 우에스트에서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로니트 엘카베츠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예술 영화를 이끌고 있는 작가 ..
[2015 SIWFF 미리보기] 아이다 루피노 회고전: 누아르 퀸, 금기를 찍다 아이다 루피노(1914-1995) - 누아르 퀸, 금기를 찍다 Ida Lupino – Noir Queen Crosses Taboos in Hollywood - 최초의 강간복수극을 찍은 감독 - 필름 누아르를 만든 최초의 여성감독 - 클래식 할리우드 시기의 거의 유일한 여성감독 - 금기시 되던 소재를 소규모 자본의 장르 영화로 구현해 냈던 ‘B’ 무비의 여왕 - 여성의 문제를 냉철한 현실의 관점에서 선정적이지 않게 풀어낸 페미니스트 영화의 선구자 - 카메라 앞에선 지적이고 아름다운 팜므 파탈(femme fatale), 카메라 뒤에선 스스로를 ‘어머니(Mother)’라 부르며 거침없이 영화 현장을 지휘했던 팜므 오떼르(femme auteur) - 배우, 제작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 텔레비전 시리즈 연출자..
[2015 SIWFF 상영작 미리보기] 스웨덴 여성영화 특별전 이상향의 아이콘 스웨덴, 그곳에서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Feminist Initiative! 등 2010년 이후 제작된 영화 상영스웨덴영화진흥원 대표 안나 세르네르 키노트 스피커로 내한 ▲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다가오는 5월, 지역 특별전의 국가로 스웨덴을 선택했다. 많은 영화제에서 지역 특별전은 한 지역의 특징을 균질하게 규정하고, 세계영화계에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을 발굴하고 소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올해 지역 특별전으로 스웨덴이라는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이와는 다르다. 스웨덴의 영화산업의 규모는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세계영화계에서 숨겨져 있던 국가는 아니다.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지역 특별전으로 스웨덴을 선택한 이유는 현재 스웨덴영화계가 추진하고 있는 영화산업에서의 성평..
『피터 팬』과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네버랜드는 누구에게 유토피아인가? [동화 다시 읽기] 『피터 팬』과 - 네버랜드는 누구에게 유토피아인가?(* 스포일러 있습니다) 최근 (캐서린 하드윅, 2011), (루퍼트 샌더스, 2012), (타셈 싱, 2012), (크리스 벅, 제니퍼 리, 2013), (로버트 스트롬버그, 2014) 같은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남자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여성 주인공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당찬 여성으로 변모시키거나, 악녀로 묘사되었던 캐릭터의 이면을 들여다보거나, 혹은 적대적인 관계로 묘사되었던 여-여 관계를 재해석한다. 이런 해석은 모두 현대 여성관객에 맞춘, 어느 정도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들은 다분히 캐릭터의 반전에만 초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