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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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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T] 스타토크: 김민정×정재은 세상 모든 딸의 대변자, 영화 주인공 캐시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장례식 추도사를 준비하면서 엄마와의 추억을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존재였는지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상하고 복기한다. 그러면서 캐시는 결국 엄마가 왜 그렇게 답답하게 남의 시선만 의식하며 살았는지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다. 페트리샤 로제마 감독의 는 판타지적 연출로 두 명의 배우가 캐시 역할을 맡아 한 화면에 동시에 두 캐시가 등장해 이인극을 펼친다. 키가 큰 캐시와 작은 캐시가 한 호흡으로 등장하고 행동도 똑같이 한다. 마치 그림자처럼. 두 캐시가 함께 목욕하고 침대에 눕는 도입부에선 얼핏 퀴어 영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두 인물이 실은 다른 모습을 한 한 명의 인물이라..
엄마, 극장, 그리고 최초의 판타스마고리아 나를 최초로 영화관으로 이끈 건 엄마였다. 한밤 중 어둠을 헤집고 엄마의 손에 이끌려 또 다른 어둠의 공간으로 유영했던 것이다. 이것이 영화관에 대한 나의 첫 번째 기억이다. 그렇다. 우리 엄마는 영화팬(!)이셨다. 엄마는 집 벽면 한 귀퉁이를 극장 포스터를 붙이는 공간으로 내주고, ‘동네극장’인 대흥극장과 신영극장의 초대권을 정기적으로 받으셨다. 3-4일 단위로 프로그램이 바뀌던 동시상영 극장들의 초대는 늘 마지막 날 마지막 회였고, 엄마는 그 어둠의 여행의 파트너로 생뚱맞게도 막내딸인 나를 선택했던 것이다. 내가 다섯 살 무렵이었다. 참으로 이상하지. 나는 극장이 너무나 좋았다. 다섯, 여섯 살의 어린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어둠 속에 앉아 빛에 노출되는 이미지를 마냥 바라보았다. 졸리지도 않았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