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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영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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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2014년에 도착한 또 하나의 프리즈 프레임 <카트> 2014년에 도착한 또 하나의 프리즈 프레임 (감독: 부지영)는 여러 면에서 놀라운 영화다. 대형마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을 소재로 탁월한 완성도의 대중적인 상업영화를 만들었다는 점, 염정아, 김영애, 문정희 같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기꺼이 출연했다는 것, 그리고 최근 상업영화에서 보기 드문 여배우 중심의 영화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소중한 성취를 이뤘다. 게다가 주제전달의 명징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분명하게 잡고 있기도 하다. 의 개봉으로 최근 자주 언급되는 영화가 있다.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다뤘던 장산곶매 제작의 (1990)가 바로 그 영화다. 는 노동을 소재로 제작된 최초의 독립장편극영화로, 정부의 상영금지처분에도 불구하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순회상영회를 통해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
[이 장면을 보라] 매혹과 깨달음의 순간 <인 블룸> 매혹과 깨달음의 순간, (2013) “마치 체코의 유대인이 독일어로 글을 써야 하듯이, 혹은 마치 우즈베키스탄인이 러시아어로 글을 써야 하듯이. 구멍을 파는 개처럼 글을 쓰는 것, 굴을 파는 쥐처럼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자기 자신의 저발전(低發展)의 지점을 찾아내는 것, 자신의 방언을, 자기 자신의 제3세계를, 자신의 사막을 찾아내는 것.” -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카프카-소수적인 문학을 위하여』 가끔 머리를 싸매고 몇 권의 책을 읽으며 어렵게 이해하려 애썼던 이론적 개념을 한 순간의 감각적 경험으로 뒤늦게 깨닫게 되는 근사한 경우들이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봤던 (나나 에크브티미슈빌리, 시몬 그로스, 2013)은 그러한 드문 경험을 선사해준 영화였다. '소수문학'이란 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