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월간 SIWFF]

프로그램팀장의 <꿈꾸는 마을, 아이다 마을에 다녀와서>




설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후. 다섯 명의 영화제 식구들이 인천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제 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시작으로 세 번째 길을 걷고 있는 ‘이주여성 미디어 워크숍’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인천 여성의 전화 ‘아이다 마을’에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추운 바람에도 손발을 비비며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 섞여 기다리던 신포동의 닭강정 집에서 알싸하고 맛난 닭강정과 자꾸만 손이 가는 공갈빵을 사들고 아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섰습니다. 아이다 마을의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그 따뜻함에 한 번 놀라고, 풍성함에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의미를 가진 ‘도담도담’ 놀이방, 소중한 추억을 담는 홈패션 교육방 ‘소담방’. 그리고 부러움을 금치 못했던 수다도 떨고, 요리도 해서 나눠 먹을 수 있는 ‘아이다 Café’ 등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즐겁고 따뜻한 공간들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아이다 마을은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마을을 뜻합니다. 이주여성에게 친정이 되고, 한국에서의 삶이 일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교육의 장이자,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이주여성들이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공간입니다.


이 곳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인천 여성의 전화가 함께하는 미디어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주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의 워크숍과는 달리 이번에는 남편분과 함께 다문화 부부 워크숍을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부부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관계 맺기와 소통의 가능성에 기대를 겁니다.



임신 3개월 째 접어든, 뛰어난 영상 감각의 소유자 마릴루님은 영화제 식구들 앞에서는 차가운 얼음공주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수업 시간에 감정이 실린 바이브레이션을 살려 노래를 부를 만큼 감성이 풍부한 사랑스러운 분입니다. 마릴루님의 남편분인 강호규님은 필리핀 다문화 가정 모임에서 엄청난 열정과 리더십을 보여주고 계시는 반장님이십니다. 반장님은 급기야 설 연휴 마지막 날 반장님 댁에서 교육을 진행하시겠다며 텔레비전을 번쩍 들고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한국에 결혼 이주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닙님은 아직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시지만, 베트남 통역을 도와주시는 원지혜님의 도움을 받아 대화 내내 미소를 보여주셨습니다. 닙님의 남편분인 강성주님은 처음의 기대했던 것 보다 계속되는 교육을 통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게 되셨다며 강사님들과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셨습니다. 강사님들과 다문화 부부, 아이다 마을의 식구들, 그리고 영화제 식구들끼리 종이컵을 부딪히며 마음을 나누던 순간, 각자의 마음 속에 어떤 느낌들이 자리잡았을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찾아가기 전 날, 교육 중에 이주여성 한 분의 양수가 터지는 긴박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도 예쁜 아기가 태어나게 되어 감동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남편분이 그 멋진 순간을 카메라로 담으셨다고 하니, 4월 영화제에서의 상영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삶은 이처럼 갑작스러운 일과 감동, 깨달음, 기대, 설렘, 걱정 등이 어우러져 흘러갑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다 마을에서의 이주여성 미디어 워크숍 교육 시간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문화 부부와 자녀들의 한국에서의 삶이 우리와 같은 일상이 되기 위해 여러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이주여성들에게 ‘이주’가 먼저가 아닌, ‘여성’으로서의 삶과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계속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메라에 담길 그들의 일상과 희망. 그리고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에게도 희망이 되길 바라며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관객들과 사회에 희망을 보여주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