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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SIWFF]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제작노트!




2008년 우리들의 좌충우돌 레즈비언 정치도전기가 시작되었다!

제8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수상작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회심의 제작노트!


지난 해 ‘제8기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수상작인 <레즈비언 정치도전기>의 홍지유, 한영희 감독이 혹시나, 남몰래 이 작품의 완성을 기다리는 여러 예비 관객들을 생각하며 살벌하게 재미있는 제작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제작기를 통해 살짝 엿보는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이 작품은 오는 4월 9일부터 시작하는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두근두근 처음 공개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 종로구 후보로 출마한 한국 최초의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국회의원후보 최현숙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소수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기대와 열망으로 선거운동본부를 찾아서 최현숙과 함께 선거를 만들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현숙언니의 국회의원 출마 결심을 들었던 것은 2007년 6월쯤이었다. 언니가 담담하게 들려준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커밍아웃한 레즈비언의 공직선거출마라는 타이틀이 우리를 흥분케 했던 것이 아니었다. 선거라는 정치공간에서 레즈비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소수자의 눈으로 새로운 진보정치의 상을 한국사회에 제시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사건의 무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언니의 커밍아웃은 한 사람의 성소수자가 세상을 향해 자신의 성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언니의 커밍아웃은 언니의 출마를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열망을 한국사회에 드러내는 커밍아웃이었고 언니로서는 지난 25년간의 결혼생활과 이혼, 그리고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진보정치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오기까지 언니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세상과 맞서 싸워온 과정, 그 모든 실천의 과정에 대한 커밍아웃이기도 했다. 언니와 함께 이 선거를 만들었던 사람들은 바로 이런 언니의 삶과 운동을 지지하며 모인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는 우리도 포함된다.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선거를 만들면서 이 선거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최현숙 선거운동본부 사람들은 우리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지해주었다. 그것은 단순한 지지가 아니었다.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성소수자 들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겠다는 결심이 있었기에 우리는 카메라를 들 수 있었다. 이 선거가 한국사회에 남겨야할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믿었기에 가능했다.
선거일정이 시작되면서 우리들의 열의는 점점 높아졌다. 모두들 한 가지 이상의 일들을 해내고 있었고 일정이 바빠질수록 함께 지내는 시간은 많아졌다. 동시에 우리가 든 카메라는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계속해서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우리 앞에 펼쳐진 사건들에 개입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란 위치보다 선본원이라는 정체성이 앞질러 가는 순간들이 계속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선거운동 전 과정을 때때로 서로를 위로하면서, 힘을 나누며 함께했다. 선거가 각자 자신의 삶에서 치열하고 신나는 기억으로 남길바란다는 언니의 바람대로 우리들은 그 시간들을 각자의 열정으로 채웠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시간들 속에서 우리가 겪어야 했던 좌절과 고민 그리고 기쁨의 과정을 담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우리가 겪어야 했던 좌충우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계속될 성소수자 정치인의 도전에 우리들의 고민과 성찰의 시간들이 작은 바탕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