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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 엄마는 널 사랑한다

Herstory에 연재될 글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2008년 10주년을 맞아 제작했던 기념 백서 <<여성, 영화 그리고 축제!>>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기념 백서 <<여성, 영화 그리고 축제!>>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_보다 _ Records>에서는 1회부터 10회까지 개/폐막식을 비롯한 국제포럼 등의 행사와 상영작들이 총 망라되어 있으며 <_말하다 _쓰다>는 여성영화제의 10년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습니다. <_Perspectives _Herstory>는 <_말하다 _쓰다>의  영문버전입니다. 
Herstory는 여성영화제의 역사를 기록한
<_말하다_쓰다>에 있는 글을 지속적으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앞서 연재된
자원활동가의 눈 : 로망이 이루어지는 놀라운 세상이에요에 언급된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의 관객과의 대화를 싣습니다.

"성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영화 속 세 명의 십대 주인공들이 당당하게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하는 시간이었다. 관객들의 마지막 질문에 답하면서 그 아이들 중 한 아이의 어머니께서 마이크를 들고 '그래도 자랑스럽다' 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마법이 일어난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200석 꼭 차있던 많은 관객과 진행하던 스태프, 그리고 주인공들과 어머니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 객석의 맨 앞에서 진행을 하고 있던 나에게 그 울음의 파도가, 쏟아내는 감정의 물결이 밀려왔다. 레즈비언,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딸의 성정체성과 어머니의 사랑이 무대 위에서 끌어앉은 순간에 우리들의 주인공은 자신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 200명 남짓의 관객들 속에 레즈비언 정체성에 대해서 껄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히 전해졌으리라고 믿는다. 그들의 진심도 분명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책 속의 그 어떤 문장이나 가르침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동성애에 대한 그 껄끄러움에 대해서 되돌아보려는 중요한 순간이었다고도 믿는다." 자원활동가의 눈: 로망이 이루어지는 놀라운 세상이에요



눈물의 현장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아, 엄마는 널 사랑한다"


제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일간지 씨네21, 2007년 4월 8일자

"다른 말은 잘 모르겠구요,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4월 6일 저녁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 관객과의 대화에서는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질의응답 마지막 순서에서 다큐의 주인공 중 한명인 천재의 어머니가 객석을 나서 딸과 한자리에 선 것. 아우팅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렸던 천재는 가면을 벗은 채 어머니와 포옹했고, 관객들은 눈물과 숙연한 박수로 응답했다. <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는 10대 레즈비언 소녀들의 삶과 고민들을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담아낸 작품. 당당하게 무대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한 천재, 초이, 꼬마와 관객들의 진솔한 문답을 옮긴다.

질문1 : 고등학교 때에는 나도 예쁜 여자들을 보면 설레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지는 않았다. 지금 느끼는 것이 청소년기에 갖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꼬마
: 보통 이성애에 눈뜨는 시기도 중고등학교 때부터 아닌가.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해서, 그게 진짜가 아니라거나 일시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성애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질문2 : 교복이 나오거나 얼굴이 살짝 비추는 등 노출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솔직히 걱정된다. 각오를 듣고 싶다.


천재 : 교복의 경우에는 교표를 떼고 새롭게 제작한 것이고 실제 교복과는 다르다. 얼굴의 경우에는 사실 모자이크 처리를 했었는데, 작품을 보았더니 감정 이입이 잘 안되더라. 그래서 우리가 감독님에게 모자이크를 빼달라고 했다. 여기 계신 관객분들을 믿고 내보낸 것이다. (관객석 박수)


질문3 : 주인공들이 셀프카메라로 찍은 장면과 감독님이 촬영한 장면이 함께 있고, 또 랩도 들어갔다. 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영 감독 : 너무 방대한 작업이어서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주인공 참여제작 방식을 택했고, 총연출을 여성영상제작집단 움에서 맡았다. 세 사람이 각자 활영한 분량을 보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방향을 잡아나갈지, 또 촬영은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은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랩의 경우는 4개월에 걸쳐 각자의 이야기에 맞게 가사를 써서 완성한 것이다.


질문4 : 세 사람의 이상형이 궁금하다. (웃음)


초이 : 대화를 재미있게 할 수 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다.


꼬마 : 그렇게들 안보시지만, 나는 나름대로 부치다. (웃음) 그래서 조그맣고 귀여우신 분을 좋아한다.


천재 : 너무 이쁜 것만 따지는 것은 아닌데, 스튜어디스 같은 멋진 분들을 좋아한다. 내가 키가 작아서 감당이 안 되지만. (웃음) 그냥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다.


사회자 : 그럼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 받겠습니다.


천재 엄마 : (흐느끼며) 저는 천재 엄마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울었어요... 다른 말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