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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새로운 물결 서문


올해 새로운 물결 프로그램에서는 단편 9편을 포함해서 총 19개국, 30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새로운 물결은 전 세계 여성감독의 영화의 경향과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이들의 최근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새로운 물결’은 늘 그랬듯이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감독의 ‘신작’이라는 데에 방점이 찍힌 부문이기에 이들 영화를 한 마디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편협의 덫에 걸려드는 일일 수 있다. 다만 작년 9회 영화제와 비교해서 두드러진 변화나 특징만을 언급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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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0주년을 맞이한 현재, ‘새로운 물결’에서의 변화는 첫째, 여성감독의 장편 영화의 편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전 세계 여성감독의 상업영화 진출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붉은 거리 Red Road>, <마돈나 Madonnas>, <하운디드 Hounded>, <그녀의 삶 Vivere>, <마르첼라 Marcela>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여성감독의 장편영화 제작은 애니메이션에서 독립 영화까지 기존의 포맷이나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편영화로의 확장은 각종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여성감독의 여성영화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의 현대사와 한 여성의 성장기를 함께 보여주는 흑백 애니메이션인 <페르세폴리스>는 칸 영화제를 통해 영화가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주목을 받은 영화이며, 최근에는 아카데미 애니메이션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다. <붉은 거리> 또한 단편 데뷔작부터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영국 감독인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도그마 95’ 스타일 영화이자, 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이다. <마돈나>, <하운디드>, <그녀의 삶>, <마르첼라> 등은 전 세계 영화제의 개, 폐막작일뿐만 아니라 수상작 등으로 선정된 작품들로 여성의 감정구조나 삶을 치밀하게 파헤친 작품들로 유명하다. ‘오픈 시네마’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남성 감독들의 영화와 이들 영화를 함께 관람하면 최근 세계 영화의 흐름을 파악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영화 또한 ‘새로운 물결’에 포함되어 있는 <두번째 사랑 Never Forever>을 비롯하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Forever the Moment>, <궁녀 Shadow in the Palace>, <열세살, 수아 The Wonder Years> 등 총 네 편의 장편 극영화가 각 부문에 포진되어 있어서 전 세계 여성감독들의 전례 없는 상업 영화 진출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최근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여성감독의 영화 중 소녀의 성장기나 여성 공동체 등 여성의 이야기를 다시 쓰거나 여성을 주제로 논쟁을 일으키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영화들로 엄선되었다.

둘째는 다큐멘터리나 극영화에서 코미디와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30대 이상의 성숙한 여성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여성들이 공동 주인공을 맡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감독 또한 단편 감독이나 일부 감독을 제외하고 30~40대 이상의 여성감독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지속성을 갖고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감독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여러 명의 공동 주인공은 주로 세대간의 차이나 인종간의 동질성 등을 갖고 있는 여성들이 등장하는데, 작품으로는 <할머니와 란제리 Late Bloomers>, <라이베리아의 철의 여인 Iron Ladies of Liberia>, <세 여자의 양탄자 3 Women>, <노란 리본을 매라 Tie a Yellow Ribbon>, <삶의 향기 Nyonya's Taste of Life>, <그녀의 삶> 등을 들 수 있다. 여성 주인공들은 모두 각자의 개인적인 역사와 관계를 갖고 있기에 영화의 대부분은 평행 서사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덧붙여서 끊임없이 이주하며 여행하고 이동하는 로드 무비 구조의 영화들도 눈에 띤다.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흐리스티나의 집 , <메이드 인 L.A. Made in L.A.> 등과 파키스탄 전역을 떠돌면서 파키스탄의 인권의 현실을 다룬 <대통령과의 저녁식사 Dinner with the President: a Nation's Journey> 가 이에 포함된 영화들이다. 이 밖에 동경여성영화제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인 <여성감독 만세! Viva, Women Directors!>, 바바라 해머 감독의 <제주도 해녀 Diving Women of Jeju-do>,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의 철학을 다룬 <주디스 버틀러: 제 삼의 철학 Judith Butler: Philosophical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등이 특별히 상영된다.

수석 프로그래머 김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