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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영화로 읽는 여성폭력_ 10월 넷째주 목요일 <핑크사리>

 

* 2012년 하반기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정기상영회는 토크와 주제가 있는 상영회로 여성예술과 여성예술가를 집중 조명했던 8월과 9월 상영회에 이어 10월에는 킴 론지노토 감독의 <핑크사리> 상영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과 피해자 대응 방식을 이야기해 보는 상영회가 기획되었다.

 


최근 몇달간 극악한 성범죄들이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성폭력과 성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한층 높아졌다. 그동안 쉬쉬했던 아동성폭력, 가정내 성폭력이 공론화되고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넓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이러한 높아진 관심이 성적 보수주의와 도덕적 엄숙주의를 강화하고 국가권력과 경찰권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하는 일이다. 반성폭력과 피해자 담론의 여성주의적 시각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_ 황미요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핑크사리> 

킴 론지노토  영국, 인도 / 2010 / 96 /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노트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때때로 목숨을 건 투쟁이다. 특히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인도의 최하층 여성들에게 삶과 죽음은 반대말이 아닌 이음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북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에 사는 ‘불가촉천민’여성의 목숨은 남성중심 문화에 저당잡힌 부채일 뿐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생면부지의 남자에게‘팔려가듯’결혼하고, 남편 가족들의 학대와 성폭력은 놀라울 것 없는 관례다. 혼전 임신은 곧 가족에 의한 명예살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스스로가 불가촉천민이었던 삼팟은 이러한 폭력의 굴레를 거부하고 ‘굴라비(분홍) 갱’을 조직하여 공기처럼 존재하는 여성 학대의 전통에 맞선다. 
킴 론지노토 감독은 연분홍 사리를 갑옷처럼 두르고 홀홀단신 폭력에 맞서는 삼팟의 팔을 차분히 응시한다. 그리고 그 차분함은 삼팟의 거침 없는 투쟁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그러나 늘 피해 여성의 눈물을 닦아주던 삼팟이 카메라 앞에 힘없이 앉아 칼날 위에 선활동가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는 순간, 영웅적 활동가의 서사로 흐를 것 같던 <핑크 사리>는 흙먼지 뒹구는 땅바닥으로 몸을 낮춘다. 그리고 바로 그때, 우리 역시 한 투쟁가의 인간적 면모에 대한 연민이 아닌, 모든 여성에게 ‘여전히’야만스러운 초월적 폭력과 마주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한다. (이혁상)

 

 

 

** 영화 <핑크사리> 스틸 **

 

 

 

** 지난 10월 25일 홍대 앤트러사이트에서 열렸던 정기상영회 '넷째주 목요일'에 가졌던 <핑크사리> 상영과 여성학자 권김현영선생님과의 관객과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몇몇 오역과 탈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권김현영(이하 권김)

가정폭력 운동이 한국사회에서 뿌리내려지고 어떤 성과가 나오기까지 20년정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은 1991년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같이 강간위기센터로 시작을 했는데 도저히 강간이라는 말 자체를 단체이름에 넣는 것이 허용이 안됐거나 본인들도 말하기 힘들어서 성폭력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출발을 했었던게 시작이고 94년도에 한국성폭력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지금은 25개 정도의 법이 만들어진 일정정도의 안정된 형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뭐 느껴지시는 바와 같이 성폭력이 전혀 줄어든거 같지않죠? 오히려 더 많은거 같고 아주 가혹한 폭력에서부터 시작해서 아주 일상화된 성폭력까지... 그다지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는것 같습니다.

 

게다가 한편으로는 여성들이 피해자와 관련된 문제, 여성이 피해자로서만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이슈로 부각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갈등, 혹은 불편함이라는 것들이 부각되기 시작되면서 반성폭력운동이라는 것이 교착상태에 놓여져 있는 상황인 거 같습니다. 근데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당사자 중심의 급직접 폭력주의라는 이 흐름이 한국성폭력운동의 역사에서 좀 있다가 사라지게 되고 이것들이 세가지 정도 분류되기 시작하죠.

 

 

 

 

지금까지 등장했던 여성성폭력문제의 해결방식이라고 하는 것들이 첫 번째는 급진적 피해자 중심주의가 남성 중심성을 비판하는 문제들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평가가 되는 사건중에 하나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지만 서울대학교 신교수 성희롱 사건같은, 이전까지는 강간이나 이런것들만 성폭력이었다가 성희롱등 남성 문화자체가 본격적이 문제대상으로 표기되죠. 그런식의 사건들을 문제화하면서 일상적인 남성 문화라는 하는 것이 어떻게 여성들에게 폭력적으로 경험되는가에 대해 힘을 쏟았던 것입니다.

 

이 피해자중심주의같은 경우는 담론/재현에 대한 개입을 중심으로 삼고 있고 이성애의 문화적 규칙자체가 아주 혁명적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거 자체가 구체적인 사건해결과정에서의 원칙으로 도입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주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거 같은데 학교안에서 학칙을 변화한다거나 조직내 규칙같은 것들을 만들어서 조직내부의 규칙이 변화하고 조직들이 어떤 종류의 성평등한 조직이나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으로 변화하길 요청하고 토론하게 되는 그런 방식에 대한, 예방에서부터 해결까지 하나의 다른 종류의 해결의 틀을 만들어 가는 그런 노력을 기울렸던 방식, 이것은 내부의 토론문화가 민주적이고 구성원들의 인내와 의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죠.

 

세 번째는 자유주의적인 방식으로서 법제정운동이 있었는데 이 운동은 가해자 처벌법, 가해자 보호라는 두가지 큰 줄기를 가지고 입법활동에 주력합니다.

 

네 번째는 당사자중심의 직접행동이라고 행동주의 엑티비즘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당사자중심의 직접활동의 움직임들이 있었죠. 이와 같은 경우에는 여성지지그룹을 형성하고 여성집단에 의해 가해자를 처벌하고 문제해결을 도모하고 게릴라식 활동을 하였습니다. 제가 90년대 중후반에 이런 활동가들이랑 많은 연류가 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어떤 학교에서 강사가 여학생을 강간했다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럼 그 학교를 가서 그 강사의 차에다 ‘RAPIST'라고 쓰고 도망가거나 아님 국내에 출몰하고 있는 성기노출범들을 현상수배하는 등 게릴라식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 들었지요 당연히... (웃음)

 

이런식의 직접행동이 가능했던 원인중의 하나는 성폭력 문제가 급진적 피해자 중심주의라던지 자유주의적 운동이라던지 이런 식의 운동들과 함께 여성모두가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성폭력피해자가 될 수 있다, 라는 당사자 중심적인 공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유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활동을 하는 것에 정치적 정당성을 찾을 수 있었고 이런식의 문화들이 있었습니다.

 

 

 

 

황미요조(이하 황)

삼팟같은 경우 서구의 여성감독이 자신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고 이야기를 들었을때 아마 연대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장면들, 예를 들면 굴라비 갱들이 떼로 모여 활동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꺼라 기대를 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시기 전에 여러분이 짐작하신 내용과 다를꺼고 오늘의 주제는 여성 폭력에 대한 주제와 관련되어 있지만 사실은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만들것이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구요. 

 

 

 

 

권김

2012년에 이 굴라비 갱과 관련한 영화가 만들어 지는데 아마 그렇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예 인도감독에 의한 영화가 2012년에 만들어졌고 6월달에 첫 상영을 했다고 알고 있어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공개가 될텐데 아무튼 저희 여성영화제에서 곧 시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도내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저널리즘적인 내용 플러스 영웅적인 내용이 담긴 영화가 아닐까 조금 짐작하긴 하는데요.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인도내에서는 이것이 큰 사건이고 심지어 2013년 인도 여성의 날에 개봉일이 잡혀있는 발리우드 스타일인 영화가 만들어 질것 같아요.

 

 

 

권김

아~ 그래요. 심지어 발리우드 스타일로 만들어져요?

 

 

 

한 때 탑 스타였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인도의 여배우인 마두리 딕시가 주연을 맡아서 나올예정입니다.

 

 

 

권김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오잖아요.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오는데요. 다큐멘터리 영화는 올해 공개가 됐고 내년에는 상업적으로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오늘 오신분들은 사실 다른때 보다 숫자는 조금 적지만 저희랑 정기적으로 굉장히 자주 만나시는 분들이 오셨어요. 그래서 활발한 대화가 진행될거라 생각이 되구요. 영화나 아니면 관련하신 내용에 있어서 하고싶은 이야기나 질문있으시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좋았어요~ 이런거도..(웃음)

 

 

 

 

관객1

그냥 의문이 든건데요. (삼팟이) 시댁에서 폭력을 당하는 조카를 다시 그 집에 맡기는데요. 거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나올꺼라 생각을 했는데 그냥 끝나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이 들었는데 그집에 가면 다시 폭력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도 그냥 내버려 둔다는게.. 오히려 가까운 사이라서 더 그런가? 라는 생각...

 

 

 

권김

그렇죠.

삼팟이 자기 전남편의 가족들과 화해하기 위해서 그 여자애를 그냥 보내죠.

 

 

 

 

관객1

네. 그래서 모순된 뭔가를 느꼈어요. 그러면서 또 다른 ‘레누’한테는 너무 상냥하게 잘해주긴 하지만 나중에 교육에 관한 걸 어떻게 해 줄까 라고 걱정이 되는 거예요. 나중에 저분이 약속을 다 지킬 수 있을까...

방금 얘기 하긴거 들어보니깐 많은 외국에서 후원도 받고 그러실 수도 있겠다 생각도 들지만 영화만 봐서는 경제적 후원이 풍요롭게 되는건 아닌거 같고...

 

 

 

 

권김

일단 삼팟이 제가 아는 한에서는 사람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희도 그게 의문이었어요. 남편의 가족과 관련된 아이한테는 굉장히 엄격하고 생판모르는 아이한테는 참 친절하게 대해주고, 삼팟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상태에 따라서 아이를 받아주고 안받아주고가 결정되기 때문에‘당신은 너무 오만하다’라고 남편이 이야기 하는 거죠.

 

 

 

선생님이 말씀하신거처럼 전반적인 여성조직일 뿐만 아니라 빈민계층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정치적인 것들을 고려하는 상황인거 같아요.

 

 

 

 

권김

삼팟도 완전한 사람이 아니라 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감독이 의도적으로 이 장면을 넣은게 아닌가 싶어요.

 

 

 

 

 

관객2

(삼팟이)'바부지'라는 파트너와 너무 재미있게 잘 살다가 약간의 충돌도 생기잖아요. 그렇지만 삼팟이 허리가 아프니깐 허리 맛사지 (웃음) 해주고... 저런 모습을 보며 싸우땐 싸우더라도 서로 치료해 주고... 영화적 내용을 떠나서도 그 부분만으로도 또 하나의 감동이었어요.

 

 

 

권김

일단 인도에서도 카스트제도가 많이 무너지고 있는 상태인데요. 불가촉천민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할당제가 도입이 되면서 브라만들이 직업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카스트제도에서는 굉장히 높은 자리에 있는 남자이지만 할게 없어요. 그러니깐 브라만들이‘우리도 불가촉천민에 포함시켜달라’라고 시위를 열기도 했죠.

 

그러나 인도 카스트제도 내에서 진행되는 할당제하에서 브라만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위가 우리가 상상하는 브라만 남자와 불가촉천민 여성의 결혼이라고 하는 식의 권력구도로 존재하지 않아요. 이것이 바부지가 자기는 아무런 욕심이 없다 라고 이야기하는 배경이 되기도 하구요.

 

 

 

관객3

저는 가정폭력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 이번에 서울대에서 일어난 담배와 성폭력 관련 일이 있었는데 일상적인 행위에서 권력이 있다는게 판단을 내리기 어렵잖아요. 반성폭력이라던지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야기 들어 보고 싶습니다.

 

 

 

권김

일단 그 사건에 대해 말하기 조금 어려운데 제 상식으로는 그 사건이 다 일리가 없다. 그게 다라면 너무 이해가 안가잖아요 사실. 왜냐며 남성성의 기호에 대한 문제라면 흡연을 하고 있는 여성에게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랬다면 담배가 남성성의 기호냐 라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담배를 남자가 폈다고 하는 것이 그런 성폭력적 상황이라고 이해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면, 아까도 쭉 네가지로 나눴지만 어떤 종류의 일상적인 남성과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하나의 성폭력적 상황과 유사하다라는 문제제기를 해 왔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것은 사실은 광범위한 일상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로는 가능해도 구체적인 사건해결의 원칙이나 사건을 구성하는 핵심요건이 되기는 부족합니다. 그런차원에서 구분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나...

 

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웠던 것은 저라면 예를 들면 엑티비즘이라는 전통이 살아있었다면 그 문제에 있어서 기분이 나빴다면 자기친구들 중에 담배피는 여자들한테 데려가서 그 앞에서 담배 폈을텐데 그게 정말 기분 나쁨의 핵심이었다면... 뭐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어떤식의 학칙에 의거해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이런식으로 이 문제가, 이 불편한 마음과 분노가 해결됐을까, 이런식의 엑티비즘이 더 적합한 형태의 움직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만약에 그것을 어떤식의 구조적인 사회문제로 제기하고 싶었다면 예를들면 운동사회에서 담배피는 사람과 안피는 사람들간에 오래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담배피는 사람들끼리 맨날 쉬는 시간에 이야기하고 뒷풀이에서 이야기 하고 웃고 남자들이 주도하는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있어야 운동사회에서 살아남고...

이런식의 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야기 했다면 솔직히 그건 사회적으로 논의할만한 문제꺼리가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굉장히 성폭력, 그것이 바로 성폭력이다! 라는 (이 모든 과정을 다 삭제하고)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사람들이 당황해 하는게 아니었나. 그러니깐 그런 상상력이나 그런 식의 다른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들이 생각화 되지 못하게 했던 이유가 뭔가, 그 중에 하나가 그 엑티비즘이라고 하는 전통이 사라지게 되었던 부분이 아니었나 혹은 어떤식의 일상적 문화에 대한 대응과 구체적인 사건해결과 관련된 원칙과 이런것들이 잘 분리되서 어떤것이 필요한 전략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훈련들이 좀 덜 되어 있었던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4

굴라비 갱이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방식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데 그 물리력의 정당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권김

저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지지합니다.(웃음)

 

여성스스로가 여성의 법을 집행한다는 것을 본적이 한번도 없잖아요. 그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꺼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굴라비 갱들이 군대를 만들어서 활동한다기보다는 라티(막대기 모양의 인도 전통 무기)를 통해서 지역사회에서 정당성을 얻어가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 정당성의 핵심은 적절한 공권력이 개입되지 않고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우리도 가정폭력문제에 있어서는 적절한 공권력이 개입 안되잖아요. 경찰한테 가면 경찰이 다시 돌려보내거나 아님 몇 번씩 가도 경찰이 개입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결국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할 지경까지 가게되는... 그거를 용인할 수 없죠. 하지만 그 전에 개입할 수 있는 공적 권력이라고 하는 형태로서의 여성의 자기방어활동이라는 하는 것은 정당화 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올해 이틀전이가? 성폭력 가해자의 혀를 자른 사건이 있어요. 그게 정당방위로 인정됐거든요. 그런데 이게 정당방위로 인정된 첫 번째 사건입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겠죠. 그런데 그게 정당방위로 인정이 됐어요.

 

 

 

<<굴라비 갱을 대표하는 핑크사리와 라티>>

 

 

관객5

요즘 성폭력에 대한 보도를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대선을 앞두고 사람들을 불안을 조장하려고 하는 건지... 전체적인 맥락속에서 어떤 분위기로 읽어야 되는지 궁금해요.

 

 

 

권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이명박정부 들어서 언론보도가 5배가 늘었습니다. 성폭력이 5배가 늘었냐, 그렇지는 않거든요. 보수정권들이 성폭력 보도를 훨씬 더 많이 합니다. 그리고 선정적으로 합니다. 근데 이상한 방식으로 합니다. 미디어와 관련된 보도지침같은 것들을 단체나 이런데에서 하고 있지만 미디어가 하나도 안 지키고 굉장히 선정적인 방식으로 성폭력 보도를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지고 치안권력이 강화되죠. 이게 이명박 정부때도 그랬지만 노태우 정권때도 그랬습니다.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 선포하면서 제일 먼저 나온게 4대범죄 중에 하나인 성폭력범죄를 해결하겠다 였거든요.

 

이런 식으로 정권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해서 치안권력, 경찰권력이라고 하는 것들을 강화하고 치안문제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성폭력 보도가 많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두가지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성폭력 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한편으로 이 성폭력 문제가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거고...

 

또하나는... 쫌 다른 것은 이것이 여성주의의 성과이기도 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국가가 다뤄야할 문제야 라고 하는 목소리와 함께 연결되서 이 목소리가 이용당하기도 하죠.

최근에는 근친이라던지 어린이 성폭력문제가 많이 이야기되면서 어린이 성폭력 관련해서 끔찍한 괴물이라고 하는 방식의 가해자의 형상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어린이 성폭력 문제가 많이 보도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들이 취약한 상태에 놓여져 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성적인 존재라는 것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꼭 하나의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죠.

 

 

 

중요한 문제인거 같아요. 문제를 분석하고 접근할 때 사실은 핵심 답보다는 그 태도자체가 중요한거 같아요 왜냐면 문제는 계속 바뀌고 맥락도 계속 바뀌고 그랬을때 접근하는 방식자체의 문제가 훨씬 중요한데, 특히 여성주의문제를 다룰때는 더욱 그런거 같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끝까지 함께 남아서 같이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하구요. 무엇보다도 같이 해주신 권김현영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