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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6회(2014) 영화제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 2호_<핀스터월드>감독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인터뷰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 2호


살을 맞대지 않는 ‘핀스터월드’의 우리에게

- <핀스터월드> 감독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인터뷰

Q. 흥미로운 제목이다. ‘핀스터Finster’는 감독님의 이름 앞글자이자, 독일어로 ‘깜깜한, 불쾌한, 불길한’ 등의 의미이기도 하다. 제목은 어떻게 정하였나?

- 어릴 때부터 그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곤 했다. 영화를 통해 독일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굉장히 과장스럽게 표현된 극영화이고, ‘핀스터’라는 단어 자체가 어둡고 암울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Q. 본래 다큐멘터리를 하신 걸로 알고 있다. ‘핀스터월드’가 첫 극영화인데,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시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는 다큐멘터리나 영화나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극영화의 경우,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한다거나 의상과 배경 등을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주인공의 행동이나 상황을 마음대로 끌어갈 수 없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세상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아무래도 지금 나의 비전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다음 작품도 극영화를 계획하고 있다.


Q. 독일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대한 관심이 작업에 꾸준히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영화를 통해 특별히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

- 현재 독일에 살고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 살 때는 스쳐 지나가거나 직면하기 괴로워서 외면했던 것들이 오히려 눈에 들어온다. 또한 이 영화가 독일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곳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독일인을 포함해서 외롭고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용실이나 네일샵이 아니면 타인과 신체 접촉할 기회마저 거의 없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만 소통하는 현대인들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핀스터월드 | Finsterworld |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 독일 | 2013 | 91' | DCP | color | 드라마


Q.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일례로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도 등장하는데 감독님 본인의 경험에서 기인한 캐릭터인가?

- 내 직업에 대해서 재밌게 표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캐릭터가 필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다큐멘터리 감독은 주변을 잘 관찰하고 흡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가까이에 있는 남자친구조차 외면한다. 페디큐어 관리사는 실제로 관리를 받으러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캐릭터이고, 부유한 커플은 남미 여행 중 호텔에서 목격한 여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처럼 예전부터 인상에 남았던 사람들과 글을 쓰면서 주변에서 알게 된 여러 인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Q.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여하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

- 처음에 영화 공부를 시작했을 때는 남녀의 학생 수가 비슷했지만, 졸업 후 현장에 나와 보니 여성 감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성들은 결혼과 가정생활의 압박과 함께, 여전히 남자들의 세계인 영화업에서 일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핀스터월드>로 독일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나를 제외하면 수상자 모두가 남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곳에 와서 다른 여성 감독들과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쁘다.


Q.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

- 강한 비위와 유머 감각,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고 봐주시길! 그리고 쿠키를 함부로 먹지 마세요!



글 김초롱,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