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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6회(2014) 영화제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7호_데일리 기자의 영화 대담,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까?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7호



데일리 기자의 영화 대담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까? : 영화 <그녀들을 위하여>, <낮은 목소리> 


어느 새 피날레를 목전에 둔 제16회 서울 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개막작 <그녀들을 위하여>와 이번 영화제의 특별상영 영화였던 <낮은 목소리>에 대한 진솔한 감상을 나누어 보았다.


현순 : 이번에 봤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영화가 뭐였어요?


혜윤: 저는 변영주 감독님의 <낮은 목소리>를 인상 깊게 봤어요. <낮은 목소리 2>의 영어 제목이 ‘Habitual Sadness’잖아요. 그 제목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2편에 나타난 할머니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슬픔이 느껴졌거든요.


소현 : 저도 <낮은 목소리>가 정말 강렬했던 것 같아요. 제목 그대로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는데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와 질곡의 삶을 온전히 느낄 수가 있었거든요. 영화의 톤이 결코 강하지 않은데도 메시지가 무척 선명했어요.


현순 : 저는 위안부 문제들을 너무 짠하고 애잔하다고만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면서도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동정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쨌든 그 분들이 삶을 살아내고 있는데 너무 동정심만 갖게 되는 게 일종의 폭력 같았어요. 또 이렇게 바라보는 게 옳은 것인지 헷갈리면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소현 : 오히려 저는 영화를 보면서 할머니들에게 존경심이라고 해야 하나, 경외감 같은 것도 들었어요. <낮은 목소리 2>에서 한 할머니가 내생이 있다면 군인으로 태어나서 우리나라를 지켜 주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뭉클했어요. 그토록 상처받은 삶을 살았던 분들이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 할머니들을 챙겨주지 않았던 이 나라 국민들의 미래까지 생각하실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여겨졌거든요.


혜윤 : 비슷한 소재를 다룬 <그녀들을 위하여>도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낮은 목소리>가 피해자의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면, <그녀들을 위하여>는 제 3자의 시점을 다루고 있잖아요. 비극적인 사건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 킴의 무력감과 죄책감이 공감되더라고요.


소현 : 확실히 관객들은 킴의 입장에 공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킴은 그 보스니아 내전을 직접 겪지 않았고 외부에 있었던 사람이잖아요. 우리 또한 직접적으로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니까 폭력의 역사에 대한 진실을 맞닥트렸을 때에 혼란에 빠지게 되니까요.


현순 : 맞아요. 사실 영화 속 주인공 킴이 계속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았달까요. 시놉시스만 봤을 때에는 킴이 전투적으로 일을 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더 공감이 갔던 부분도 있어요.


소현 : 이 시대에는 ‘공감’이 정말 중요한 화두인 것 같아요. 우리가 비록 서로 다른 입장, 다른 상황 속에서 각자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이 사회에도 희망은 있다고 생각해요.



글 문현순, 박소현, 정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