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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2> [감독과의 대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감독과의 대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임순례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3일째로 접어들던 4월 12일 오후 1시 아트레온 5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의 임순례 감독과 관객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중에는 영화를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본다는 관객들이 많아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08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의 선발주자로 나섰던 우생순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관객들은 영화의 세심한 부분까지 진지하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임순례 감독은 특유의 소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관객들의 질문에 답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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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감독과의 대화’의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영화에 비오는 장면이 나온다. 특별히 넣은 이유가 있는지?
-비가 오면 더 처절하지 않나.(웃음) 예전부터 비가 오는 장면을 꽤 좋아했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감정이 더 살아나고 그 장면의 느낌을 더 잘 드러내 준다고나 할까.


영화에서 선수들의 화합이 이루어지는 터닝 포인트 같은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특별히 그렇게 한 이유라도 있나?

-표면적으로 딱 이것이다 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당에서 다른 팀 선수들과 격돌하는 장면이나 남자 고등학생들과의 경기, 남자 감독의 등장 같은 요소들이 그런 화합의 과정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실제 시합처럼 은메달을 따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금메달로 하면은?(관객과 감독 모두 웃음) 왜 은메달을 따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나?

-되게 아쉬우셨나보다(웃음). 원래 영화의 기획의도가 금메달 혹은 은메달보다 값진 투혼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었고, 금메달을 따는 것은 그런 의도와 맞지 않는 것이라 그렇게 되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디사이저 소리가 들리는 음악이 특이하다. 왜 그런 음악을 선택했나?
-은메달을 따는 것, 혹은 경기에서 패한 것이 패배라거나 절망이라거나 하지 않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엔딩에 단체사진 뒤에 선수들의 웃고 있는 느낌의 사진도 나오는데 이 또한 그런 의도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어떤 것을 이야기하는 지 잘 모르겠는데 엔딩 음악 들어보면 코러스가 들린다. 합창이 주는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고, 전체적으로 톤을 밝게 가져가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인 관객의 질문) 당신은 조용하고 유머러스해 보인다. 이는 스포츠 영화와는 잘 맞지 않는 느낌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영화를 하게 되었나? 당신의 영화취향과 이 영화를 한 이후 변화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알고 싶다.

-저 조용하지 않아요.(웃음) 스포츠를 하는 것은 안 좋아해도 보는 것은 굉장히 즐긴다. 학교 빼먹고 야구장 간 적도 많고 올림픽도 꼬박꼬박 챙겨봤다. 우생순을 하면서는 경기 테이프를 보면서 핸드볼 공부를 많이 해 나중에는 내가 핸드볼 감독인지 영화감독인지 잘 모르겠더라. 변화라고 한다면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할 때는 소수 관객들이 좋아해줬고 이번 영화는 보다 많은, 대중이 사랑해준 영화였다. 대중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의미를 발견했고 나 자신도 그런 영화에 대해 좀 호의적이 된 것 같다.


2004년 핸드볼 경기를 실제로 보았다. 우리나라에 다른 스포츠 소수자도 많은데 굳이 핸드볼을 선택한 이유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 다하는 것이 우리 한국인들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올림픽 핸드볼 경기는 그 자체가 그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에 대한 오마주랄까.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