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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2> 여자들이여, 더 요구하고 더 욕심내라! - 쾌girl-女담: 여성영화 30년을 되돌아보다-

여자들이여, 더 요구하고 더 욕심내라!
- 쾌girl-女담: 여성영화 30년을 되돌아보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마련한 부대행사 중 특별히 눈길을 끄는 이름을 가진 행사가 하나 있다. 각기 다른 3개의 주제에 대해 영화계의 관록있는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객들이 질문도 할 수 있는 행사인 ‘쾌girl-女담’이 바로 그것. ‘여성영화 30년을 되돌아보다’를 주제로 한 쾌걸여담, 그 첫 번째 시간이 4월 12일(토) 5시, 아트레온 13층 갤러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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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행사는 권은선 프로그래머 겸 집행위원의 사회에 따라 <독일, 창백한 어머니>를 만든 독일 페미니스트 여성감독 헬마 잔더스-브람스와 함께 그녀의 30여 년 간의 영화작업과 페미니즘적 영화실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대담은 간단한 음료와 간식이 제공된 가운데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고 이어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진 후 감독의 새로운 영화 <클라라>가 5분 여 동안 상영되면서 행사는 마무리 지어졌다.

단정한 듯 거친 듯 자른 단발머리에 훤칠한 신장을 자랑하는 대담의 주인공 헬마 잔더스-브람스는 이날 행사에서 여성으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인상적인 멘트를 남겼다. 다음은 대담 및 질의응답 내용을 그녀가 힘주어 이야기했던 멘트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Miracles happen.
기적은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배우가 될까 하고 연기학교에 갔다. 연기도 곧잘 했지만 강사들은 내게 감독이 되면 잘 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다소 수줍은 성격이라 내가 감독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는 당혹스럽고 올가미를 씌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대학진학 후 등록금 때문에 시작한 TV 아나운서 일로 돈을 많이 벌었고, 그 때 PD들이 내게 이것저것 지시하는 것을 보며 내가 저들보다 더 잘 할 수 있겠다, 나도 감독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 길로 일을 빙자해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그 당시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훌륭한 감독들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지만 할 줄 안다고 이야기해서 감독들을 인터뷰 하러 가게 된 것이다.
로마에 도착하여 칠흑 같은 밤에 해변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 거대한 조명장치와 철로가 설치되어 있고 영화가 촬영되고 있었다. 그것은 내게 기적이었다. 기적은 일어난다.

I'm still addicted to this profession.
나는 여전히 이 일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카메라 액션’ 소리와 함께 4마리의 갈색 말들이 바다로 뛰어들고 때마침 수평선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도 그 일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 그 때 그 영화의 감독(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이 나를 돌아보며 ‘너도 감독이 될 수 있다. 우리와 함께 촬영하자’고 제의했고, 나는 당시 나의 직업과 약혼자까지 포기하며 그 일을 선택했다. 나는 그 때 그 광경에 사로잡혔고, 여전히 내 일에 중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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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taught me how to fight.
그녀가 내게 싸우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6.8운동 당시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내 딸은 나를 사랑하고 내 일을 인정하지만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이야기한다. 나 자신도 내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살짝 글썽이며) 이제는 돌아가셨고 어릴 적 반항했던 것이 아직도 너무 가슴 아프다. 그녀는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우리는 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 싸우지만 그 당시 여성들은 우리 행성을 위해, 시대를 위해 싸운 사람들이다. 나도 그렇지만 그 당시 여류감독들은 모두 그런 강한 어머니의 딸들이다. 우리는 우리 어머니들이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이해할 책임이 있었다. 그녀가 내게 싸우는 법을 가르쳤다.

Women must be great directors.
여자들은 훌륭한 감독입니다.

영화는 인류에게 가장 첨단의 예술매체다. 여자들은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고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는 1차 선생으로써, 카메라를 도구로 보게 하고 듣게 해주는 감독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영화는 여성적인 작업이고 남성감독들도 여성성이 강해야 훌륭하게 작업을 해낼 수 있다. 여자들은 매우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다.

Sisyphos must have been a happy man.
시지푸스는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말씀대로 영화계에서 남자가 여성성도 있으면 찬양받지만, 여자는 여성적이면 비하되는 모순이 있다. 그런 현실에서 어떻게 활동했나?) 카뮈는 시지푸스가 분명 행복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모순을 느낀 적이 많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오면 축복으로 생각했다. 정상에 올라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사람은 고독하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시지푸스처럼 끊임없이 다시 도전해야 하고 다시 시작해야 했던 투쟁의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고 여전히 내 영화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Ask more, desire bigger things.
더 많이 요구하고 더 큰 것을 욕심내라.

(최초의 여성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에 대한 영화 <클라라> 감상 후) <클라라>를 12년간 만들었다. 그만큼 스케일이 큰 영화라 많이 노력했고 힘도 들었다. 우리는 겸손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위해 더 요구하고 더 욕심내야 한다. 그저 그런 작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항상 더 큰 것을 위해 노력해라.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오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