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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개소 기념 행사 취재기

 

 

지난 3월 12일 월요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의 개소 기념 행사가 열렸습니다. 개소식 행사의 주요 식순에 이어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예정되어 어느 때보다 뜨거운 취재 열기로 기자회견장이 가득 찼습니다. 이 날 행사에는 든든의 초대 센터장을 맡은 임순례 감독,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비롯해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 변호사, 문소리 배우, 남순아 감독, 그리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3/12(월) 든든 개소 기념 행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먼저 임순례 감독은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찾아서 분석하고 제거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듯이 여성영화인들과 관련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발언했다. 그리고 일각에 제기된 ‘미투 공작설’에 대해 “불길을 돌리려는 것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성이 평등한 사회다. 그것만이 민주사회로 가는 가장 바람직하고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여 박수를 받았습니다.

 

심재명 대표는 “2016년에 영화계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면서부터 논의해왔다”고 든든을 설립하게 된 계기를 언급하며 “성희롱을 넘어서 궁극적으로는 한국영화계에 성평등 정책을 목표로 보다 바람직하게 성평등한 한국영화, 한국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고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는 든든은 앞으로 한국영화계의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위해 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가이드북을 마련하며 피해자 상담 및 지원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화계 실태를 꾸준히 조사하고 연구하며 한국 실정에 필요한 새로운 영화 정책을 제안할 예정으로 여성영화인들의 든든한 힘이 되어줄 전망입니다.

 

 

(왼쪽부터) 중앙대 이나영 교수, 명필름 심재명 대표, 문소리 배우,

법무법인 원 원민경 변호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

 

이어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성희롱 실태 결과발표 및 토론회가 진행되어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한국영화계에서 다양한 역할로 활약하고 있는 참석자들은 직접 보고 느낀 현실을 반영해 의미 있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든든에 자문을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은 “성폭력은 특정 행위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서 행위가 일어나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미투(#MeToo)로 인해서 각 계에서 말하기 시작했다”고 하며, 든든의 활동에 예상되는 파급력을 언급했습니다. 법무법인 원의 원민경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미투가 본인들의 미투로 끝나지 않고 우리 모두의 미투로 되기 위해서는 사법부가 응답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습니다.

 

여성영화인으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 문소리는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거나 방관자였거나 공모자였다는 점을 영화인 전체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하며, “과정의 올바름 없이 결과의 아름다움은 있을 수 없다”는 소신 발언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독립영화를 연출하고 저예산 상업영화 현장에서 연출부로 참여한 남순아 감독은 “현장에서 놀란 것은 조직이 수직적 구조이고 개인보다 영화라는 대의가 우선시된다는 점”이라고 하며, “변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든든의 조사발표에서 서글픈 것은 폭로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여성이 약 80%라는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암울한 (영화계의) 현실에서 여성들은 떠나가고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구조적인 문제를 밝혔습니다. 또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으로 미투운동이 대두된 할리우드의 예를 들어 여성들을 배제하고 남성들로 이뤄진 집단의 구조에 의해 그릇된 권력행사가 자행됨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부의 공적 기금을 운영할 때 성비에 따른 50/50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하는 한편, 지난 제9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수상소감으로 남겨 화제가 된 ‘포함 조항’(Inclusion rider)을 국내 실정에 맞게 반영함으로써 정책적,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을 당부했습니다.

 

 

든든에서 배포한 홍보책자와 뱃지

 

이처럼 의미 있는 발언들을 남겨 화제 속에 토론회를 마친 든든은 한국영화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모여 약 2년에 걸친 조사와 연구 끝에 설립된 만큼 앞으로도 여성영화인들을 전폭 지원할 것으로 기대를 더합니다.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든든의 취지에 깊이 공감하며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할 예정으로 한국영화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작성: 오지혜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