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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도리엔 B의 베스트앨범 The Best of Dorien B.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벨기에 감독 안케 블론데의 장편 데뷔작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은 인생에서 결코 ‘베스트’라고는 할 수 없는 한 시기를 겪는 여성의 이야기를 코미디 드라마의 화법으로 담아낸 영화다. 젊은 나이에 학계에서 성공한 남편, 산만하지만 활기찬 두 아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동물병원까지 가진 수의사 도리엔은 분주한 날들 속에 가정과 직장에서의 역할을 바쁘게 수행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삶의 모든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 사건이 찾아온다. 도리엔의 왼쪽 가슴에서 악성으로 추측되는 멍울이 발견된 것. X선 촬영 사진을 유심히 보던 그녀는 조직검사를 하자는 의사의 말에 일단 도망치고 본다. 멍울의 정체 대신 도리엔은 지금까지 그녀의 삶을 둘러싸고 있던 문제들을 직면할 시간을 만난다.

 

매일 아무렇지 않은 듯 사는 사람들 모두, 누군가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하며 안부를 물어주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그래서 고민을 꺼내놓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도리엔 역시 그런 순간을 기다리지만, 오히려 질문을 던지는 쪽은 언제나 그녀다. 남편도 부모님도 도리엔의 말을 듣기 전에 자기 문제를 쏟아내기 바쁘다. 그리고 거기엔 서로에 대한 서운함과 거짓말, 소통불능의 사태가 모두 엮여있다. 그럴 때 도리엔은 그걸 못 본 척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다 한 뒤 능청스럽게 웃어버린다. 솔직하고 장난스러운 성격을 무기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통과해가면서, 도리엔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건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 자신의 문제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 같다. 영화는 그런 도리엔을 명랑하게 지켜보며 어쩌면 ‘베스트’가 될 수도 있을 그녀의 내일을 응원한다.

 

도리엔 B의 베스트 앨범 The Best of Dorien B.
국제장편경쟁|안케 블론데|벨기에, 네덜란드|2019|107분|18세 이상|DCP|컬러|픽션

107 2019-08-30 | 14:00 - 15:4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GV
419 2019-09-02 | 20:00 - 21:46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501 2019-09-03 | 11:00 - 12:47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글  손시내(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