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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5> [감독과의 대화] <부치 제이미>의 미셸 엘렌 감독

[감독과의 대화] <부치 제이미>의 미셸 엘렌 감독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어. 너무 오래 참았으니 오늘은 바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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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주인공 제이미는 배우를 꿈꾸는 레즈비언이다. ‘부치 제이미’. 여기서 말하는 부치(Butch)는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을 가리키는 말로, 특정한 유형의 여성 동성애자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 단어들은 보통 레즈비언 사이에서 성역할 구분, 또는 능동성, 수동성, 남성적, 여성적인 것에 대한 특징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하는데, 보통 부치(Butch)는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에 사용된다.

고양이보다 못한 존재, 제이미

오프닝부터 강력한 멜로디와 변화를 꿈꾸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음악이 좌중을 압도한다. 이후 영화는 주인공 제이미를 소개한다. 강렬한 매니큐어를 칠하는 제이미는 예상과는 다르게 무능하게 비춰진다. 배우를 꿈꾸는 부치 제이미는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게 된다. ‘예쁜’ 여자들을 원하는 오디션 장에서 그녀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친구가 키우는 애완동물 고양이 하워드는 자체홍보영상을 찍을 정도로 그녀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영화사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는다. 남성 역할을 맡으라는 영화사의 제안에 결국 그녀는 수락을 하게 된다. 영화 촬영이 진행되지만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
제이미의 인생은 상대 배우 질과의 인연에서 반전을 꾀한다. 그래서 제이미는 자신의 방에 질을 데려와 사랑을 나누려다 같이 사는 동성친구 롤라에게 들켜버린다. 이미 질에게 빠져버린 제이미는 질의 마음이 변할 것에 겁이나, 롤라에게 자신과 연인이 아님을 질에게 말해달라 주문한다. 진심이 통한 것인가. 평소 여성만을 좋아했다는 질은 제이미에게 급기야 사랑고백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면서 그녀와의 교재를 했던 제이미는 질의 진실보다 자신의 진실이 들통 나는 걸 더 두려워했다. 이런 제이미의 마음을 질은 철없이 모른다. 질은 자신의 고백으로 인해 제이미의 맘이 변했다며 다짜고짜 이별통보를 한다. 자신을 버리고 나가버린 질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제이미의 사랑은 질이 아닌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했다.  

또 다른 나의 발견
이 작품을 연출한 미셸 엘렌(Michelle Ehlen)은 감독과 배우 모두를 소화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할 정도로 감독수업보다 연기를 먼저 배웠다. 메가폰을 잡으며 연기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주위 반응과는 달리 그녀는 자신이 한 연기를 다시 보면서 자신의 연기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쉽게 개선할 수 있으며, 촬영 후 편집이나 각색하는 과정이 오히려 수월하기 때문에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자신이 연출하는 작품에 평소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 후회해본 적은 없다. 감독 겸 주연은 처음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진실과 행복
극중 제이미는 이렇게 말한다. “진실을 말하겠다고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니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진실로 믿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진실을 옹호한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믿는 것을 따른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게 진정한 ‘진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녀는 겉모습을 중시하는 집안에 태어나도 자신의 성정체성을 가족에게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언니는 그런 동생의 모습이 상당히 진취적이라며 그녀를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레즈비언들이 등장하고 동성애에 대한 소재가 계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전혀 거부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옹호한다고. 사회가 레즈비언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볼지언정 레즈비언인 자신은 일반(一般)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동성애를 풀어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다음 작품에서도 코미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내용을 살짝 엿보자면, 부치 제이미의 속편으로 질이 레즈비언이었던 이야기, 롤라가 같은 게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야기, 고양이와 제이미가 함께 출연하게 된 이야기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가 감독과의 대화시간 마무리로 다음 작품계획에 대해 발표만 했는데도, 좌중은 웃음바다를 이뤘다. 그녀는 동성애를 중심으로 타 인종간 입양이나 유대인 레즈커플 등의 소재들을 끌어들여 영화를 제작할 것이라고 귀뜸해주었다. 앞으로 있을 서울퀴어영화제에 작품을 선보일 수도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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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자원활동가 신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