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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1회(2009) 영화제

[손프로의 마이너리그] No.4 - 캐릭 열전 1탄 - 첫사랑, 그 달콤 쌉싸름한 기억: 첫사랑에 빠진 L언니들 2





조금씩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입소문을 타고 넷의 바다를 유영하기 시작한 것 같다. 검색해서 여기 저기 블로그나 카페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여성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후.후.후. 현재 블로거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는 오픈 시네마의 '교복 삼부작' 중 <벚꽃 동산(The Cherry Ochard)>과 '새로운 물결'의 <웬디와 루시(Wendy and Lucy)>, 그리고 '퀴어 레인보우'의 <베이비 포뮬라(The Baby Formula)> 정도인 듯.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공통적인 취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자들이 관심을 갖는 영화는 블로거들과는 또 조금 다르다. 지금까지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이주여성 영화제작 워크숍: 부부 카메라 일기'와 '천 개의 나이듦' 부문의 최고령 감독 조경자님의 작품 <꼬마사장님과 키다리 조수>, 자넷 메레웨더의 <나는 엄마계의 이단아(Maverick Mother)>, '여성 노동과 가난'의 <외박><사당동 더하기 22>, 그리고 옥랑 문화상의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 정도인 듯 싶다. (물론 <웬디와 루시>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는 듯.) 아무래도 '다문화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철거민' '싱글맘' 그리고 '최초의 커밍아웃 레즈비언 정치인' 등 사회적으로 주목을 끌만한 이슈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 말고도 가슴 쿵쿵 치는 영화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기대하시라. 강렬히 오고 싶어했던 그 마음에 실망 주지 않는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냐?"고들 묻는다. 음... 당연히 그런 자신감은 여성영화제에서 소개하는 영화들의 힘에서부터 온다. 풉.)


흠흠. 각설하고...


지난 번 <체리 레드(Cherry Red)>까지 이야기를 했으니 오늘은 그에 이어 <체리 레드>의 마리와 쌍벽의 미모를 자랑하는 <세상의 끝에서(Nothing Else Matters)>의 칼라에게 반한 루시에 대해서 소개를 해 볼까. 일단 '미녀 칼라'부터 보여드리자면...





미녀 칼라와 그녀를 유혹하는 못생긴 리코.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프랑스 리옹으로 가기위해 가출을 한 10대 여성이다. 예술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이 주변을 살피기보다는 자신의 욕망 안으로 침잠하는 유형인데, 그런 이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칼라에게 정신을 빼앗긴 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루시'. 





뭔가 극적인 사건 후의 모습이라 어딘가 지저분해 보이지만, 원래 그런 건 아니다.




고아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돌보아야 했던 루시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칼라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 아끼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유형이기도 하다. 약에 찌들어 있는 오빠를 돌보면서 동시에 자신의 욕망에만 집중하는 칼라를 사랑하느라 여러모로 인생이 괴롭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날려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모습이 꽤 매력적인 사람. 개인적으로 '퀴어 레인보우'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젠틀하면서도 강부치스러운 매력이랄까...)



다음으로 소개할 '친구'는 메이. 메이라고 하면 아마도 다들 먼저 이 녀석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웃집 토토로'의 그 녀석, 메이





하지만 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여러분이 만나볼 수 있는 메이는, 귀여움에서는 다소 뒤질 수도 있겠지만 '성질머리'로 따지자면 뒤지지 않는 <표랑청춘(Drifting Flowers)>의 메이다.









언니 '징'의 애인인 '디에고'에 빠져서는 혹독한 첫사랑의 실연을 경험하는 메이. 이 장면에서는 디에고가 공연하는 모습에 넋을 놓고 있는 중이다. 성격이 예민하기도 하거니와 고집도 상고집이라서 여러 가지 갈등을 일으킨다. 디에고와 점점 가까워지는 언니에 대한 질투와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좌절감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여러가지 실수들을 저지르는데, 결국은 인생을 바꾸어 놓는 중대한 결정으로까지 그 실수들이 연결된다.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메이는 그 순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지나친 후회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표랑청춘>은 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소개했던 <스파이더 릴리>의 제로 추 감독의 2008년 신작이다. <스파이더 릴리>는 2007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공식 섹션은 아니지만 영화제에 초청된 모든 퀴어 영화를 대상으로 최고의 작품에게 시상하는 '테디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나는 그 해 베를린 영화제에 가지 못했지만, 참석했던 프로그래머들의 말에 따르면 <스파이더 릴리>가 상영되고 난 후 극장을 사로잡는 미묘한 열기 같은 것들이 있었다고 한다. <표랑청춘> 역시 2008 베를린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아시아 퀴어 영화가 점차로 활발하게 제작되고 이런 붐이 서구에서 주목받기 시작하는 경향에 주요한 역할을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베를린영화제는 아시아 퀴어 영화의 부상에 더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한국 작품들도 게이물 뿐 아니라 레즈비언 장편도 제작되어 해외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기도 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캐릭터는 메이와 친구를 해도 좋을 것 같은 유선. '아시아 단편경선' 본선진출작인 <느낌이 좋아>의 주인공이다.








시골 학교에 다니는 유선은 어느날 학교에서 '천상에서 내려온 천사'와 마주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서울 자매학교에서 발레 공연을 온 '희정' (역시 요즘 이름은 '희정'이 대세다. --;;; )







이것이 '희정'의 알흠다운 자태되시겠다. (물론... 이름만 같을 뿐 나보다는 훨씬 눈을 정화시켜주는 외모랄 수 있겠다. --;)

유선은 즉각 희정에게 접근하기 시작하지만 온갖 방해물의 등장으로 뜻대로 가까워지지 못한다. 과연 유선은 어떻게 희정에게 두근 두근 떨리는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확인은 여성영화제에서!!!



귀여운 유선을 마지막으로 첫사랑에 빠진 L언니들 캐릭 열전은 여기서 마무리 한다. 다음 시간(?)엔 '모험, 그 아름다운 이름: 색다른 도전자들'이라는 주제로 더 매력적인 언니들을 한 보따리 소개하도록 하겠다. '사랑'이란 말처럼 가슴 떨리게 하는 말도 없지만, 어쩐지 나는 '사랑'보다는 '모험'에 더 마음이 끌린다. 물론 그렇다고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언니들이 사랑에 빠진 L언니들보다 더 근사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가지 않았던 길을 가겠다는 용기를 낸 그녀들을 소개하는 것도 꽤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


자, 그럼...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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