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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두번째 만남, 수줍게 서로가 궁금한 넷째주 목요일


7월 22일 대망(?)의 두번째 정기상영회.
부슬부슬 내리는 비로 가슴을 졸이기도 했던 그날. 다행히 비는 그쳐주었고 우리는 작은 안도를.
엇비슷한 시간대에 열린 아래층 파티 때문에 책상이 없어 상자를 쌓아올려 만든 간이 접수대.
나름 운치있다고 나폴거렸던 어린 마음. 

혼자 온 사람, 커플티를 입고 온 사람,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를 끌고 온 사람.

도란도란 일찍부터 자리잡고 상영회를 기다리는 사람들. 


잔 던 감독의 <지포>는 단조롭고 짜증나는 일상에 지친 영국 여성노동자
헬렌의 고된 삶을 묵묵하게 보여주었다네.
강제결혼,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엄마와 함께 도망친
체코 이민자
타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사회적 약자의 삶은
늘 그렇듯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한다네.
혹독한 일상으로 부대끼는 딸의 친구 타샤를,

사랑은 사라지고 노동강도는 강해져 지친 헬렌을,
그렇게 그들은 민족을 떠나서 세대를 떠나서 보듬고 사랑하는,
영화는 먹먹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때로는 잔인해서 울컥
뭔가가 솟구쳐 올랐던 정기상영회.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봐라봐주는 따뜻한 시선에서 출발함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던 그날.



영화가 끝나고 여성영화제 권은선 수석프로그래머와 이야기를 갖는 시간. 자유로운 상영회, 자유롭게 놀고 만나는 자리인데 이런 이야기 시간이 부담스러울까봐 어색해질까봐 살짝 긴장이 되기도 했던. 그러나 웬걸, 이런 시간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는가! 쏟아지는 질문, 질문, 질문. 아래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본 다양한 시각이 부딪히며 공명했다네. 망울한 눈동자, 쫑긋한 귀, 뜨거운 시선들의 시간. 

긴 여행을 떠나는 초입부의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감, 그리고 셀레임.
이제 두번째 상영회를 마치고 우리들은 세번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네. 
                                        
매번 여성영화제에서 보던 얼굴 또 봤네, 누굴까, 서로를 궁금해하던 그대들.
다음 상영회에선 서로 터놓고 맞선(?) 자리 한번!! 네트워크란 거창한 이름 말고
자주 만나서 얼굴 터서 죽 맞으면 친구하고 그러다 뜻 맞으면 왁자지껄 몰려가는
우리들만의 수다, 우리들만의 자리.
                                        
그대들, 준비되셨습니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