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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보라]

보라! 보라! 여성영화 보세요~

여성영화 자료실 ‘아카이브 보라’

보라! 보라! 여성영화 보세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영상자료실이 있다. 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 아무 때라도 다시 볼 수 있도록 계약을 통해서 상영권을 확보하여, 외국 작품의 경우에는 한글 자막을 넣어 영상자료실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빌려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영상자료실의 이름은 ‘아카이브 보라’이다. ‘아카이브’란 잘 알다시피 영어로 archive, 즉 정보창고라는 뜻이고, ‘보라’는 여성과 인권을 상징하는 보라색이기도 하며, ‘보다(see)'의 권유형으로서 ‘보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아카이브 보라’라는 이름은 ‘창고에 여성영화들을 쌓아놓았으니, 언제든 여성영화를 보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97년 4월, 서울여성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여성영화제가 시작되었을 때,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들여다보는 세계 각국의 여성감독들의 영화들을 한국 사회에 소개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 당시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대부분의 영화들 속에서 여성적 관점을 가지고 여성의 현실을 다룬 영화들을 만나기는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여성영화제에 온 여성 관객들은 거의 광신도 수준에서 열광했다.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만 볼 수 있는 이 소중한 영화들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또 보고 싶은데! 내 친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은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도 함께 보고 싶은데! 


 


그래서 서울여성영화제는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들 중 일부 작품들에 자막 작업을 해서 소규모 공동체 상영회를 꾸리기 시작했고, 여성영화제를 경험한 지역 활동가들은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 여성영화제를 열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청주여성영화제, 2000년에는 제주여성영화제, 이후 인천, 전북, 안양, 광주, 천안, 익산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원주, 수원, 김포, 대구, 거창, 김해, 부산, 울산, 포항, 아산, 진주, 강릉, 경산, 대전, 고양, 경주, 충북 등 지역에서 각 지역의 특성을 갖고 여성영화제를 열고 있다.  




다시 ‘아카이브 보라’ 얘기로 돌아가면, 여성주의 문화운동 단체인 (사)여성문화예술기획에서 출발한 서울여성영화제가 2008년에 (사)서울국제여성영화제로 재정비하게 되면서, 소규모 공동체 상영회를 도모하던 여성영화제 자료실도 재정비, 상영권 계약 작품수를 늘려가면서 2010년에는 ‘아카이브 보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2014년 3월 현재, 대여할 수 있는 작품은 장편, 중편, 단편 모두 합해서 226편이다. 


“작년 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인 샐리 포터 감독의 <진저와 로사>를 놓치고 못 봤는데, 대여할 수 있나요?” 

“마가레타 폰 트로타 감독의 <한나 아렌트>를 다시 보고 싶은데, 빌려볼 수 있어요?”


이런 식의 문의전화를 종종 받는다. 대답은 

“죄송합니다. 그 영화는 저희가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배급사와 계약을 하지 못했습니다.”



◀ 아카이브작품: <할머니와 란제리> 포스터



왜 못했는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모든 영화를 ‘아카이브 보라’에서 보유하지는 못한다. 영화 배급사에서 상영권 계약을 원치 않거나, 상영권이 너무 비싸거나, 국내 배급사와 이미 계약을 한 경우에는 아쉽지만 보유하지 못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수급할 때 이미 영화제 기간 이외의 상영권 계약에 동의하는지 일차적으로 의사를 타진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다. 동의한 영화들을 대상으로, 다음 단계로 접어들어 영화를 고르고 계약을 추진한다. 가능하면 많은 영화들을 보유하려고 애쓰지만 예산의 범위 내에서 계약할 수밖에 없다. 가지려는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


그러면 ‘아카이브 보라’가 확보한 영화들은 어떤 영화들이며,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앞에서 밝혔듯이 모두 226편의 영화들이 있고, 드라마, 다큐,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 여성의 몸과 성, 환경, 가족, 여성운동, 노동, 이주, 세계화, 평등과 연대 등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있다. 



▶ 아카이브작품: <지포> 포스터



신나고 유쾌한 영화도 있고, 가슴 뭉클한 감동의 영화도 있고, 힘이 솟는 영화,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영화,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영화, 대안적인 삶을 꿈꾸게 하는 영화,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 세상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영화, …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영화들이다. 


구체적인 목록과 내용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맨 오른쪽에 위치한 ‘아카이브 보라’를 클릭해서 들어가 보면 된다. 대여 안내를 클릭하면 대여하는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다. 영화 대여료를 내야 하지만, 영화제 후원회원이 되면 영화제 사무실에 직접 오는 경우에는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고, 빌려가는 경우에도 대여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상물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다양한 영화제, 쿡TV, 올레TV, 노트북으로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매체를 벗어나 오직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아카이브 보라’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보석 같은 영화들이 있다면? 처음 여성영화제가 열렸던 97년도 당시의 감동이 18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면? 보라! 보라! 여성영화 보세요~ ㅎㅎㅎ



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미디어교육실장 김혜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