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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6회(2014) 영화제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 3호_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감독 인터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데일리3호



‘따뜻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말을 거는 감독_이길보라’

2013년 다큐멘터리 옥랑문화상, 관객인기상의 빛나는 2관왕의 주인공



Q. 작년 피치&캐치 이후 1년이 지났다. 올해 영화제에서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상영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어떤가?

- 1년 동안 영화를 완성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라. 이제 후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사운드도 넣고 한‧영 자막도 입혔다. 손수화도 넣었는데 함께 작업한 동료들은 본격 가내수공업 배리어프리 영화라고도 한다(웃음).


Q. 부모님께서 작년 피치&캐치 때도 함께 참석하셨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우려도 있었을 것 같은데?

- 가족들은 내가 하는 작업을 지지해주었다. 사실 TV 방송이든 영화든 청각장애인은 수화가 없으면 제대로 전달받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어떠한 장벽도 없이, 그것도 본인의 얼굴이 나오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작년 피치&캐치 때는 괜히 혼자 감동해서 울고 그랬다(웃음). 수화통역사 분이 계셔서 피치&캐치 내내 손수화가 제공되었는데, 내 영화를 영화 관계자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한다는 사실보다도 이런 자리에 부모님과 함께 참석해서 아무 어려움 없이 여러 영화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Q. 촬영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 2년 정도다. 부모님이 처음에는 카메라를 어색해 하시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뭔가 ‘찍을 거리’가 생기면 먼저 “보라야, 이거 찍을래?” 하고 전화가 오기도 했다(웃음). 완성하고 나서는 두 분이서 재미있다며 몇 번씩 돌려 보시더라. 배 나오고 이런 것까지 넣으면 어쩌느냐고 엄마에게 타박을 듣기도 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Glittering Hands / 이길보라 / 한국 / 2014 / 80‘ / HD / color / 다큐멘터리



Q. 부모님이 제일 많이 등장하지만 결국 영화는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만들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어릴 적부터 사람들은 자주 부모님에 대해서, 내 생각과 상황에 대해서 질문했다. 나는 대답하기 위해 오래 생각했고 글을 썼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가 정리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의 다양한 표현력, 얼굴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 두 분을 둘러싼 분위기 같은 것들까지 글로 옮기기는 어려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어떤 편견도 없이 투명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게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Q. 10대 때 연출한 첫 작품 <로드스쿨러>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보다 가깝게 느껴지고 매년 관심을 갖고 기다린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그리고 여성영화인들은 나름의 분위기와 네트워크를 공유한다. 피치&캐치 끝나고도 전화 와서 촬영은 잘 되고 있냐며 걱정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선배 감독들에게서는 언니나 이모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 극영화를 촬영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는지?

- 아직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더 찍고 싶다. 다큐멘터리는 제작 후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가 완성인 것 같다. 극장 개봉이라든지 공동체 상영 등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선배들이 하는 얘기에 따르면 이렇게 한 편 끝났구나 싶겠지만 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하더라(웃음).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잠깐 딴 짓 좀 하다가 다큐멘터리를 하나 더 만들고 싶다.


앞으로도 사람냄새 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에게 무한히 반짝이는 박수를 보냅니다.



글 문수현, 차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