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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연재 ① 할리우드와 미국 독립영화 산업에서 여성 영화인의 현재 / 멜리사 실버스테인




* 연재순서

1부: 영화 산업과 여성 영화 정책

① 할리우드와 미국 독립영화 산업에서 여성 영화인의 현재 / 멜리사 실버스테인(아테네영화제 집행위원장, ‘우먼 앤 할리우드’ 창립자 및 편집장)

② 스웨덴의 “성인지적 영화 정책” 사례 / 토베 토르비욘슨(스웨덴영화진흥기구 영화/사회원장)


2부: 여성영화제의 문화정치학과 국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의 기술: 여성영화제의 실험, 과거와 현재 / 노르마 게바라(프랑스 끄레떼이유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F워드: 여성영화의 미래적 이슈에 대응하기 / 베티 쉬엘(독일 도르트문트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여성영화제의 문화정치를 재조정하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례 / 권은선(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 중부대학교 교수)

 이행기의 네트워크, 아시아 여성영화제 네트워크의 전망 / 아낫 쉬퍼링 코헨(이스라엘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할리우드와 미국 독립영화 산업에서 여성 영화인의 현재




멜리사 실버스테인 

(아테나영화제 집행위원장, '우먼 앤 할리우드' 창립자 및 편집장)




2013년엔 할리우드에서 여성의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석한 것은 지난 10년간 그것이 몹시도 변함없었다는 점입니다. 2012년엔 여성이 상위 250편의 국내 총 수익 영화에서 활동한 감독, 총 제작 지휘자, 제작자, 작가, 촬영자, 편집자 중 18 %를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를 더 분석해보면, 여성 감독은 9%, 여성 작가는 15%입니다. 이는 1998년과 같습니다.



독립영화 쪽은 통계결과가 조금 낫습니다. 선댄스협회는 영화제에서 지난 10년간 여성 감독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장편극영화에서는 17%를, 다큐멘터리에서는 34%를 여성 감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소셜 미디어 덕분에 여성들이 영화의 씬 뒤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스크린에 여성들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관한 이슈들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가장 최근의 2011년 통계표는 여성이 영화 속 캐릭터들 중 33% 만을 연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이슈가 되지 못했지요.



하지만 이슈도 아니었던 것이 하루아침에 해결된 이슈가 될 순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미디어의 보도는 이슈를 실제 그러한 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채색하는 경향이 있지요. 최근의 헤드라인엔 “선댄스영화제: 여성 감독들 크게 한 걸음 나아가다” 와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여성감독들의 커져가는 존재감” 등이 있더군요. 내용은 여성 감독들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은 몇몇 곳에만 있을 뿐이지요. 여성 감독들이 잘 하고 있는 부분들이란 선댄스를 포함한 영화제에서 경쟁에 올라있는 부문을 말하는데, 작년 선댄스 미주 극영화 경쟁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성 평등을 이뤘습니다.



그렇지 못한 곳 중 하나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입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할리우드는 다음과 같이 여섯 개의 메이저 스튜디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파라마운트 영화사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20세기 폭스 영화사

•유니버설 시티 스튜디오 LLC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이 모든 스튜디오들은 거대 다국적 기업들에 소속된 작은 개별회사입니다. 과거에 스튜디오는 이민자 거물들이 운영하는 독립적 조직이었으며 영화제작을 사랑했습니다. 현재의 스튜디오는 돈 벌기에 집중합니다. 6개 스튜디오의 대표 중에서 오직 한 명만이 여성입니다 –소니의 에이미 파스칼(Amy Pascal). 하지만 그녀조차 상관이 있습니다. 그녀는 마이클 린톤(Michael Lynton)과 공동 CEO였으나 최근에 그가 승진했지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할리우드에는 수많은 여성 간부들이 있으며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요. 그러나 권력을 가진 자들은 남성입니다. 제가 《우먼 앤 할리우드》를 쓰기 시작할 때 (당시 초창기였던) 《데드라인 헐리우드》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하나 접하게 되었습니다. 워너브라더스의 경영자 제프 로비노프(Jeff Robinov)가 연재 중이었는데 조디 포스터의 영화 <브레이브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더 이상 여성이 리드하는 영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영화들에서 여성을 주역에서 제외시킨 이 사람은 최근에 승진하여 스튜디오의 수장이 되었습니다.



메이저 스튜디오들 외에도 메인 스튜디오들이 소유한 더 작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포커스 피쳐스와 폭스서치라이트 등입니다. 많은 오스카 경쟁작들이 이런 미니 메이저사들로부터 나옵니다. 또한 와인스틴 사, 로드사이드 어트랙션과 같은 몇몇의 독립 스튜디오와 배급사들도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스튜디오들 중 하나가 라이온스게이트로 슬래셔 영화들과 여성 우호적 프랜차이즈인 <헝거게임>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거대 스튜디오는 아래와 같은 방침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 할리우드는 네 가지 구분으로 나뉜다: 25살 이하 여성과 남성. 25살 이상 여성과 남성.

• 해외 박스 오피스가 현재 할리우드 성공의 열쇠이다. 현재 영화 수익의 68%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 모든 것은 개봉 주말에 맞춘다. 첫 주말에 가장 높은 수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영화가 수천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영화는 8개 이상의 스크린을 지닌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있다.

• 개봉 첫 주말 박스 오피스 수치는 뉴스거리이다. 총 수익이 다음 주 날씨 예보와 묶여 주말 일요일자 뉴스에 보도된다.



위에 열거한 항목들 하나하나 다 여성이 만들거나 여성에 관련한 영화들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성들은 큰 예산의 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여성에 관한 영화들은 대개 훨씬 소규모입니다. 여성이 출연하는 영화에는 수퍼히어로나 폭탄 폭발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는 젊은 남성 관객을 타겟으로 한 영화들을 신뢰하고 계속해서 장려하려는 게 현실입니다. 그것이 그들이 편해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소년중심의 블록버스터는 쓴 만큼 법니다. 많은 비용이 들지만, 더 많이 벌지요. 그렇게 간단한 겁니다. 또한 스튜디오는 25세 이하 젊은 남성들이 충직한 관객 구성원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스튜디오는 흔히 다른 영화들과 다른 층의 사람들, 즉 성인여성과 소녀 관객층을 일정부분 포기하고 그러한 특정 타입의 영화들에 집중하지요. 그들의 생각에 여성은 충직한 관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속되어온 그러한 가정은-많은 영화제작 결정을 내리게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보다 영화를 더 많이 봅니다. 이것은 확실히 이해가 갑니다. 젊은 사람들은 자유시간이 더 많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영화협회의) 통계가 보여주길 젊은 남성과 여성이 영화를 보러 가는 수치는 동일합니다. 즉 남성 관객들이 여성 관객들보다 더 충직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스튜디오가 여성 관객들에게 더 주목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여성들은 남성들에 관한 영화를 보러 가지만 남성들은 여성들에 관한 영화를 보러 가는 경향이 덜하다는 것입니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젊은 남성의 성공이 할리우드에서 지배적인 내러티브가 됐는지 집어내기는 힘들지만, 그 우위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공과 직접적으로 상호 관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남성 수퍼히어로나 액션히어로를 내용으로 하고 있지요. 진정한 최초의 현대 블록버스터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죠스>입니다. 1975년에 개봉하여 총 수익 1억 달러를 올린 첫 번째 영화였습니다. <죠스>는 또한 주목할만한 몇 가지 다른 최초 기록들과 연결됩니다. 그것은 TV에 광고를 낸 최초의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그 전엔 TV에 광고하는 것이 너무 비싸다고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와이드-릴리즈로 개봉한 최초의 영화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 이전의 영화들은 한 특정 장소에서 긴 기간 동안 개봉 후 다른 곳으로 옮겨가곤 했지요. <죠스>는 465개의 극장에서 개봉됐습니다. 거대 예산 영화의 전형적인 개봉 극장수가 3500에서 4000개 사이인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우스운 양이지만요.



<죠스>가 물꼬를 텄고, 그 성공은 1977년 <스타워즈>, 1981년 <레이더스>로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같은 남성들은 자라나는 관객층 열매 –젊은이들 –를 수확하기 위한 방향으로 고도로 조율되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여성, 남성 모두 –1960년대 영화들에 몰려가기 시작했지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이지 라이더>, <졸업>, <청춘낙서>와 같은 영화들은 베이비 부머들에 의해, 베이비 부머들과 그들 세대의 감성을 위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젊은 남녀들 모두 영화를 보았지만 1960년대와 70년대 영화들은 거의 남성의 이슈들에 초점을 맞추었고 남성 감독에의해 연출됐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전 세대인 1940년대와 50년대의 남녀들은 모두 <나우 보이저>, <밀드레드 피어스>와 같은 메이저 스타 여배우들 –캐서린 햅번과 베티 데이비스 등-이 나오는 고전 영화에 몰려갔고 이것들이 그 시대에 유행하는 영화였습니다. 그 당시에 여성이 출연한 영화들은 부정적 이미지이거나 여자애들 취향이어서 남성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얘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자면 이렇습니다. 할리우드가 젊은 남성을 아끼는 것은, 그들은 영화를 보러 돌진해가고 좋아하는 영화는 몇 번씩 가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이러니는 젊은 남성을 향한 그 모든 초점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배트맨>이나 <해리 포터>같은 영화들 중 어떤 것도 여성들의 티켓 구매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전체) 티켓의 반을 삽니다. 여성들이 남자친구나 남편과 개봉 첫 주말에 당신이 만든 거대블록버스터를 보러 가지 않으면 당신은 망할 겁니다.



거대 스튜디오 영화들을 감독할 사람을 채용하는 전 과정은 악랄한 것으로 여성이 들어가기엔 매우 힘듭니다. 남성들이 감독하는 영화가 더 큰 제작 예산을 가지고 있음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더 큰 마케팅 예산, 더 많은 개봉 스크린, 따라서 더 큰 수익이지요. 수익에 영향을 주는 것은 감독이나 프로듀서나 주인공의 성별이 아니라 예산임을 통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으로 된 영화를 감독했던 여성들을 (한) 손에 꼽을 수 있습니다 –제니퍼 여 넬슨(Jennifer Yuh Nelson), 비키 젠슨(Vicky Jenson), 그리고 브렌다 챕먼(Brenda Chapman). 그녀들 모두 크게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감독했습니다.



선댄스협회의 최근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선댄스가 할리우드로 향하는 수송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화의 수치만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영화종사자들을 인터뷰하며 성공의 방해 요인이 어디에 놓여있는지 이해하려 합니다. 연구 자료가 보여주길 23.9%의 영화가 여성감독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34%는 다큐멘터리, 17%가 장편 극영화입니다. 또한 여성들은 프로듀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맡고 있는 프로듀싱 역할의 대부분이 덜 명예로운 일입니다 –역할이 좀더 고급의 프로필이 되고 돈이 더 큰 요인이 될수록, 여성의 수가 감소합니다.



연구에서 밝혀진 다른 것들을 보면, 여성들은 자본 유치에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감독의 비전을 신뢰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신뢰 부족이 여성들의 큰 문제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여성의 비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입니다. 남성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보편적이지만, 여성의 이야기는 오직 여성에게만 통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요. 제가 어떻게 하면 더욱 많은 여성들이 할리우드의 영향력있는 포지션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관한 토론을 하며 《뉴욕 타임즈》에 기고했을 당시, 어떻게 “남성 액션 히어로 이야기가 우리 시대의 지배적 내러티브가 됐는지” 계속 궁금했습니다. 여성들이 영화 티켓의 반을 사고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도 말이지요. 여성 감독들과 프로듀서와 작가가 직면하는 현실에선, 여성들은 남성에 관한 영화를 보러 가고 남성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보러 가지 않음을 계속해서 지각하게 됩니다. 2011년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성공은 그러한 사례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는데, 남성이 여성에 관한 영화를 보러 간 것에 할리우드가 최초로 주목한 것 같습니다. 2012년에는 여성 히어로가 나오는 다른 영화들이 성공에 이르게 되었는데, <헝거 게임>이 가장 눈에 띕니다. 그래도 이런 인식은 여성 감독들에게는 하나의 문젯거리로 지속 중입니다. 특히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감독들에게요.



여성이 당면한 또 다른 문제는 스튜디오 수준에서는 여성 감독들과 여성중심의 영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패는 산업전체로 부풀려지고 성공은 요행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사례가 있음에도, 여전히 경영자들은 여성 관련 영화가 성공하면 충격을 받습니다. 영화가 실패했을 때 여성 감독들이 남성들보다 더 오래 “연출 감옥(directing jail)”에 가 있지요.



할리우드와 독립 영화 산업에서 성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는 것은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영화계 상황이 하룻밤에 이런 식으로 된 것이 아닌 것처럼, 빠른 변화를 기대하는 것 또한 비현실적이지요. 그러나 영화가 문화에 주는 영향력이 크기에 이러한 작업은 중요합니다. 영화는 사람들이 서로와 관련을 맺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여성들도 서술자로서, 주체로서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경험과 비전도 똑같이 중요하고 가치있고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위한 링크


샌디에고 주립대 텔레비전&영화 속 여성 연구센터

http://womenintvfilm.sdsu.edu/research.html

독립 여성 영화종사자들이 겪는 방해요소와 기회에 대한 연구

http://www.sundance.org/pdf/press-releases/Exploring-The-Barrier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