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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내 발 아래 The Ground Beneath My Feet

<내 발 아래>

갑자기 놀라며 잠을 깨는 롤라의 눈 주위에는 미처 닦지 못한 마스카라 흔적이 묻어 있다. 새벽 조깅을 하고 가지런히 정돈된 속옷을 서둘러 챙겨 출장길에 나선다. 젊은 컨설턴트인 그녀는 유능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도 지치는 내색 없이 일을 해내는 한편, 여성 상사 엘리제와 비밀스런 연애를 즐긴다. 그런 그녀에게 망상형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언니 코니는 엘리제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절대 들켜서는 안 될 치부다.

 

자살시도로 정신병원에서 치료중인 언니로부터 자신이 감금되어 학대당하고 있다는 전화가 계속 걸려온다. 병원에서는 언니가 전화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환각 증상을 앓고 있는 이가 코니인지 롤라인지를 두고 그녀와 관객 모두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이를 알게 된 엘리제 또한 그녀를 멀리 하며 경쟁자였던 동료 파트너에게 일을 맡기려 한다. 단단한 것만 같던 발 아래가 허공이 되어 그녀를 엄습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단 한 번도 그녀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던 적이 없었다. 남성 중심의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여성이자 성소수자로 살아가며 단단한 유리 천장을 더 많이 맞닥뜨렸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계속 런닝 머신 위를 달려야 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의 불안과 그녀들이 처한 조건들을 도플갱어와 환각이 뒤섞인 스릴러의 문법을 빌려 그려낸 영화인 <내 발 아래>는 마리 크로이처의 네 번째 장편 영화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이다.

 

 

 

내 발 아래 The Ground Beneath My Feet
새로운 물결|마리 크로이처|오스트리아|2019|108분|15세 이상|DCP|컬러|픽션

228 2019-08-31 | 21:00 - 22:48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407 2019-09-02 | 14:00 - 15:48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글 김선명(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