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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에바를 찾아서 Searching Eva

<에바를 찾아서>

 

애써 찾지 않아도 에바는 온라인상에 언제나 노출된 채다. SNS적 자기과시가 일상화된 세상에 프라이버시 따윈 중요치 않을지 모른다. 적어도 그녀에게 프라이버시란 과거의 유물이다. 모호한 경계를 가로지르며 살아가는 에바는 간성, 무남근, 양성애자다. 자폐증자이자 칩거 중인 중독자이고 아나키스트, 페미니스트다. 모델이자 베를린의 성노동자이며 방랑하는 아티스트다. 

 

완고한 이탈리아의 시골에서 성장한 에바는 약물중독 어머니와 자율주의 노동주의자 아버지를 떠나 ‘무분별의 제국’을 향해 떠나기로 했다. 자본주의와 가부장주의에 강간당한 자신의 과거를 매장한 후 유동하고 흐르는 순간들이 구성하는 정체성에 자신의 현재를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타인에게 부여된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를 ‘에바’로 명명하며 블로그에 공사의 구분 없는 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곧 에바는 유명인사가 되어 타인들의 격려와 염려, 관심과 멸시에 휩싸이게 되었다. 

 

노동으로 삶이 규정되는 것은 싫지만, 노동과 예술이 모순되지 않는 충실한 삶을 산다는 테제는 분명하다. 에바의 일상은 달콤하고 피상적이며 사치스러운 인스타그래머들의 윤택함과는 결이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의 힙한 과시 이면에 은폐되어 있거나, 성적 학대로 인해 비가시적 존재가 된 여성들과 달리 에바는 내밀한 모든 것들을 노출하기로 했다. 노동과 윤리의 상식 바깥에서 유목민적 삶을 사는 에바의 경우가 어떤 면에서 급진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에바를 찾아서 Searching Eva
새로운 물결|피아 헬렌탈|독일|2019|84분|18세 이상|DCP|컬러|다큐멘터리

232 2019-08-31 | 21:00 - 22:3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410 2019-09-02 | 14:00 - 15:32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글 송효정(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