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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일본의 감춰진 수치 Japan's Secret Shame

<일본의 감춰진 수치>

성폭력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이토 시오리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시오리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과 사건의 조사 과정, 그리고 기나긴 법정 싸움을 담담히 전한다. 그녀는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에 당시 일본 TBS 방송국의 워싱턴지국장이던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노리유키는 아베 신조의 측근이기도 하다. 시오리의 신고에 경찰 조사가 이뤄졌고 노리유키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됐지만, 최종적으로 노리유키는 증거 불충분으로 영장 집행이 정지된다. 시오리는 형사 소송에서 패했고 이후 민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의 성산업, 후쿠시마 지진과 원전 문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바 있는 에리카 젠킨이 연출을 맡았다. 감독은 시오리 사건과 그녀의 용기 있는 발언, 진실을 향한 기나긴 싸움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성 착취, 불평등 성문화를 짚어나간다. 예컨대 여성들의 발언 ‘No Means No’를 ‘No Means Yes’라고 받아들이고, 남성 판타지의 대상으로서 여성을 상품화해 소비하는 게 일상화된 사회. 전체 경찰 가운데 여성 경찰은 불과 8%에 그치고 1,3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지역에 성폭력 상담센터가 겨우 하나인 곳. 그런 일본에서 세계적인 미투 운동의 흐름은 아직 뚜렷이 감지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만큼 시오리의 공개 발언과 행동은 일본 사회, 특히 일본의 여성들, 성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들에게 상당한 울림이 된다. 웃는 얼굴로 이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시오리. 그 앞에서 일본 사회가 덮어 두려 했던 수치스러운 과거, 부끄러운 사회 시스템은 더는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큰 목소리를 담았다.

 

<일본의 감춰진 수치>

일본의 감춰진 수치 Japan's Secret Shame
쟁점들: ‘룸’의 성정치|에리카 젠킨|영국|2018|60분|15세 이상|DCP|컬러|다큐멘터리

706 2019-09-05 | 14:00 - 15:00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글  정지혜(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