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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0회(2008) 영화제

<4.17> [자원활동가 인터뷰] 4관 자원활동가들의 일기를 훔쳐보다!

[자원활동가 인터뷰] 4관 자원활동가들의 일기를 훔쳐보다!

일기를 보면 그 사람의 진실한 속마음과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영화제 내내 바쁘게 움직이는 자원활동가들은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4관 자원활동가의 일기를 훔쳐봤다.

(일기 내용은 자원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각색한 것입니다)

호민이의 일기
4월 15일(화) 날씨 맑음/ 내 마음도 맑음/ 체력은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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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원활동팀의 남자 왕고 김호민이다. 현재 4관 상영관에서 일하고 있다. 오전 8시까지 출근해서 7시까지 꼬박 일하려니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음만은 너무 즐겁다.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이제 거의 가족 같은 느낌이다. 사실 나는 처음 홍보팀을 지원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떨어졌고 남자 자원활동가가 부족하다는 팀장님의 전화로 자원활동팀에서 일하게 됐다. 상영관에서 일하면서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해외 감독님들도 만나고, 가끔씩 영화도 볼 수 있어서 후회는 없다. 상영관 앞에 붙이려고 영화 제목과 감독 이름이 적힌 판넬도 직접 만들었다. 어찌나 뿌듯한지.

4관과 5관은 함께 7층에 붙어 있어서 자원활동가 인원이 많다. 영화, 사회학, 신문방송학 등 여러 전공의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함께 영화에 대한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남성인 나는 평소에 알지 못했던 여성 영화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어제는 내가 좋아하는 임순례 감독님도 만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성영화제에 참여한건 정말이지 ‘Good choice'였다.

물론 속상했던 일도 있었다. 일반상영관에서 상영되던 영화 <삼국지>의 소리 때문에 우리 상영관이 약간 소란스러웠는데 몇몇 관객들이 그 소음을 자활들이 떠든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래서 불평이 들어왔다는데 하소연할 곳도 없고 어찌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다음부터는 나도 이런 일을 겪으면 무조건 따져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미리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했던 경험이었지만 나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나는 다시 영화제에 지원하게 되더라도 상영관 운영팀을 하고 싶다. 많은 인원이 10시간 가깝게 함께 있으니까 정말 끈끈하다. 영화제가 끝나더라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고 싶은 ‘진국’들이다. 내일 출근을 위해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아, 내일은 또 어떤 즐거운 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효은이의 일기
4월 15일(화) 햇빛 쨍쨍/ 컨디션 Gooooo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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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살짝 가슴이 찡했다. 생각해보니 영화제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여성영화제는 내게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같은 느낌이었다. 스텝, 자활들과도 친해져서 너무 즐거운데 겨우 3일 남았다니 아쉬운 마음 뿐이다.

나는 자원활동팀원으로 4관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 4학년 학생이지만 취업 후엔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자원활동가로 지원했다. 영화제 하느라 수업도 몇 번 빠졌지만 나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일반 관객으로도 여성영화제를 찾았을 만큼 여성영화제에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홍보팀에 지원할까 했었지만 결국 자원활동팀으로 지원했다.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관객과 직접 상대하며 도움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것 만큼 영화를 많이 볼 순 없지만 중간 중간 조금씩 영화를 볼 수 있다. 어제는 <여성감독 만세!>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평소 접하기 힘든 해외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임순례, 변영주, 김태용 감독님 등 많은 감독님들을 실제로 만났다. 함께 사진도 찍어서 기쁘다. 이 사진들은 꼭 소중히 간직해야지.

사실 나는 규모가 큰 영화제들을 좋아했었다. 부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은 규모도 크고 상영관도 많아 더욱 축제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영화제는 여성영화제만의 매력이 있다. 젊음의 상징인 신촌에서 열리는 만큼 활기차기도 하고, 상영관 한 곳에서 진행되다 보니 응집력도 있다. 그래서 자활들 사이에서도 더욱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나 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트레온의 엘리베이터가 단 2대에다가 너무 느리다. 한번 내려갔다 올라오려면 한나절이다. 그래서 난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7층에만 머무르곤 한다.

그간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많은 자활들이 육체적으로 힘들어한다. 그래도 얼마 안 남았으니 다들 힘내서 무사히 영화제를 마쳤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아, 영화제가 끝나더라도 다시 신촌으로 출근하게 될 것만 같다. 나중에 미련 없도록 남은 기간 동안 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웹데일리 자원활동가 김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