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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4회(2012) 영화제

EYE TEENS : 소년? 소녀? 성역할은 고정관념일뿐 <톰보이>

 

소년? 소녀? 성역할은 고정관념일뿐 <톰보이>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퀴어 영화에 대해 접해본 적이 없다. 사실 퀴어 영화라고 하면 좀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퀴어 영화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큰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읽었을 때 큰 기대를 한 영화는 아니었다.

 

<톰보이> 속 주인공 로르는 새로 이사 간 마을에서 남자 행세를 한다. 남자 행세를 하며 알게 된 리사라는 여자아이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계속 남자 행세를 하며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논다. 로르의 거짓말은 얼마 가지 않아 동생에게 들키게 되고 부모님께까지 들키게된다. 부모님은 로르의 행동에 대해 나무라지 않고 직접 친구들에게 여자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도와준다.

 

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퀴어 영화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일까? 어렵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닌 발랄하고 밝은 분위기의 영화였다. 주제는 조금 진지할지 몰라도 영화 속에서 풀어나가는 방법은 유쾌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인 배역들은 로르의 가족들이다. 로르가 동생에게 남자행세를 한 것을 들켰을 때, 로르의 동생은 로르의 거짓말을 숨겨주었다. 로르가 한 행동이 그릇된 행동인지 옳은 행동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로르의 거짓말을 숨겨준다. 로르의 동생은 성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진 아이가 아닌 순수한 어린아이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로르의 아버지는 여자인 로르에게 자동차 운전을 시킨다던지, 포커를 가르쳐줘야겠다고 말한다던지 하는 모습을 통해 로르에게 고정된 성역할을 심어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로르의 어머니는 로르의 거짓말을 알게되었을 때 무조건 숨기거나 로르를 야단치는 것이 아닌 로르의 미래를 위해 로르 스스로 여자임을 친구들에게 밝히게 했다. 로르의 부모님들은 어른이지만 로르에게 고정화된 성역할을 주입시키지 않은 바른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진정 로르를 위하고 로르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장면을 꼽으라면 나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로르가 남자 행세를 하며 만났던 리사가 로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난 후에 로르에게 "너 이름이 뭐야?"라고 물어보는 장면이다. 처음 로르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리사는 많은 혼란을 겪었지만 후에 로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로르의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로르는 거짓말을 들킨 후 이사를 가버리는 장면으로 끝을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끝을 냈다면 난 이 영화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사를 가버린다면 현실 도피적이고 로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것만을 강조하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이 이 영화의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는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자 다시보고 싶은 영화이다.

 

아이틴즈 4기 김해도담

 

I-TEENS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인 아이틴즈(I-TEENS)는 영화를 사랑하는 10대들로 구성된 10대 관객 심사단입니다. 올해 아이틴즈 4기는 영화제 기간 동안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청소년 관련 영화들을 관람하고 열띤 토론을 거친 후 <톰보이>를 '아이틴즈상' 을 선정, 폐막식에서 직접 시상하였습니다.

 

올해 아이틴즈로 활동한 4명의 10대들의 영화 감상문을 EYE TEENS 기획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선보입니다. 완벽한 문장도 아니고 글이 조금은 엉성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내가 느낀 영화의 감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아이틴즈들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지 극장에 간다는 행위가 아니라 친구들과 같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글로써 풀어보는 모든 과정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