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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4회(2012) 영화제

EYE TEENS : 치유의 힘을 가진 그녀 <더 레이디>

치유의 힘을 가진 그녀 <더 레이디>

 

 

 

이 영화는 아웅 산 수 지의 여성 정치자의 삶을 담고 있다. 여성으로써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이 카리스마와 만나 더욱 강한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너무 아쉬운 점이 많다.

 

<더 레이디>는 철의 여인과 닮은 점이 많았다. 가장 크게 여성 정치자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철의 여인은 마가렛 대처의 삶에 스토리를 얹었다. 하지만 더 레이디는 스토리의 힘을 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삶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녀의 삶이 흘러가는 대로 영화도 흘러갔다. 물론 다큐멘터리 감독의 시나리오이기에 삶을 기록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연출은 없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그녀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기록이다. 그녀의 정치가 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선거유세에 관련된 영상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민주선언이 있을 때마다 몇 명씩 잡혀 들어가 노동의 착취와 인권이 무시되는 장난감이 되는 것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은 아웅 산 수 지보다 빠른 대처로 희생을 줄이는 아웅 산 수 지의 모습을 우리는 더 바랐을 것이다. 선거유세를 고산지대부터 다양한 민족에게 끼침으로써 민주화 투쟁을 더 넓게 일으키겠다는 것은 항상 보던 정치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평화적인 투쟁을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도 너무 아쉬웠다.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평화적이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뒷부분에 아주 잠깐 나왔지만 음악과 글로써 군인들과 정서적 교류를 하는 장면이 더 많았다면 훨씬 그녀의 투쟁은 평화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여성 정치자가 힘으로 제압하려는 독재 정권을 이긴다면 넓은 가슴과 예술에서 비롯된 치유의 힘이 동반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아쉬웠던 것은 남편의 비중이다. 현실에서도 남편은 아웅 산 수 지를 위해 많은 일을 계획하고 실천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꼭 그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어야 했을까. 수 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움직였던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의 힘이 너무 과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사랑에 대한 표현은 좋았다. 오히려 이 부분에 집중해서 수 지의 가족과 국가 사이의 내적 갈등이 심화되었다면 영화는 조금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의 사용이었다. 음악은 감정을 심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빠져 들 수 있게 적절하게 사용되었다. 훨씬 영상이 부드러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영상들도 아름다웠다. 미얀마의 경관 덕분인지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던 영화이다.

 

영화의 긴 전개 부분과 완성되지 않은 결말 부분이 자칫 지루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적절한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이 계속 흥미를 잡아두었다. 하지만 여성 정치자인 아웅 산 수 지가 조금 더 특별했으면 좋겠다. 

 

 

아이틴즈 4기 김경연

 

 

 

 

I-TEENS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만의 특별한 프로그램인 아이틴즈(I-TEENS)는 영화를 사랑하는 10대들로 구성된 10대 관객 심사단입니다. 올해 아이틴즈 4기는 영화제 기간 동안 프로그래머가 추천한 청소년 관련 영화들을 관람하고 열띤 토론을 거친 후 <톰보이>를 '아이틴즈상' 을 선정, 폐막식에서 직접 시상하였습니다.

 

올해 아이틴즈로 활동한 4명의 10대들의 영화 감상문을 EYE TEENS 기획으로 뉴스레터를 통해 선보입니다. 완벽한 문장도 아니고 글이 조금은 엉성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내가 느낀 영화의 감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아이틴즈들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지 극장에 간다는 행위가 아니라 친구들과 같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글로써 풀어보는 모든 과정이며 이를 통해  진정한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