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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Fearless 19 두려움 없이 20주년까지_제19회 대만여성영화제

 

19회 대만여성영화제 출장기

: Fearless 19 – 두려움 없이 20주년까지

 

 

올해 대만여성영화제는 새로운 (아주!) 젊은 위원장 페차 로(Pecha Lo)를 맞이하여 열리는 첫 영화제로, 대망의 20주년을 바로 목전에 둔 19회이다. 지난 해부터 대만여성영화제 친구들은 만날 때 마다 20회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이야기하고는 했었는데,“Fearless 19”이라는 타이틀은 2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그녀들의 결연하고도 발랄한 의지를 느끼게 한다. 또한 내년부터 아시아여성영화제 네트워크 NAWFF에도 변화가 생기는데 창립부터 현재까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맡고 있는 사무국이 2013년부터 대만여성영화제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출장에서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이 사무국 이전과 관련된 협의사항을 만드는 것, 인수인계 기초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영화제의 개막작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줄리 델피의 <스카이랩>이었다. 개막식 도중 비디오 메시지로 깜짝 등장한 줄리 델피는 유쾌한 수다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스카이랩>은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통렬한 비판, 정치적으로 격정적이었던 시기에 대한 미묘한 노스탤지어, 유려한 다이얼로그가, 유머가 성장영화의 틀 안에서 잘 직조된 영화로 상영 중에도 관객의 몰입과 호응이 느껴질 정도로 반응이 무척 좋았다. 개막작 상영 후 대만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들도 쏟아지는 개막작 칭찬에 무척 고무된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상영 당시에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 주지 못 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는데, 대만에서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는 것을 보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올해 대만여성영화제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는 대만 여성감독의 장편영화가 늘어났다는 것인데, 그 중 가장 반가운 영화는 2009 <묘자리 소동>, 2012 <거북이와 눈물>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방문했던 초우 써웨이(CHOU She-wei) 감독의 <Golden Child>이다. 막무가내의 고집불통이지만 그러나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가부장 권력과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여성들을 독특하고 감각적인 프레이밍으로 보여줬던 단편에서의 그녀의 주제적/스타일적 장기는 <Golden Child>에서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셀렉션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서유럽 여성영화제를 순회한 영화들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상영작, 그리고 대만 여성영화가 프로그래밍 주요 소스였다면 지난 해, 그리고 올해를 지나며 도쿄국제여성영화제, 첸나이 국제여성영화제, 이스라엘 국제여성영화제로 프로그래밍 참조점이 확장되었고, 따라서 지역적으로 훨씬 다양한 영화들이 대만여성영화제 프로그램을 채우고 있었다. NAWFF(아시아 여성영화제 네트워크)영화제 간 교류의 결실이라고 보여진다.

 

 

영화제 첫 주말 일요일에는 방문한 해외 감독들과 함께 패널로 초청되어 여성영화 포럼에 참여했었다. 인생의 친구이자 동지이자 혹은 연인이었던 루루가 세상을 뜨기 전 함께 한 15개월을 기록한 <Lulu Session>의 캐스퍼 왕(Casper C.Wong) 감독, 이혼 후 10년이 지난 후 60세가 넘자 다시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그 이후 수십차례가 넘는 데이트를 카메라로 기록한 이스라엘의 닐리 탈(Nili Tal) 감독,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도 초청되었던 <죽음의 바다>의 감독인 리나 마니메카라이 감독이 함께 했다.

 

 

 

<<(좌)필름 메이커 포럼, (우) <CASPER> 관객과의 대화 현장>>

 

 

 

영화제 기간 어딜 가든 누구를 만나든 항상 대만 여성영화제에서 나를 소개하는 말은대만여성영화제의 좋은 친구였다. 그간 서로 우정을 주고 받고, 또 함께 NAWFF의 멤버로 쌓아 온 세월 기간 그것만으로 말할 수 없는 유대감이 확인된 5일이었다. 영화제대 영화제 간 교류라는 정식적인 관계라기 보다 (물론 공식적인 회의와 업무도 수행하였다!) 오고 가다 마주치면 소소하게 힘든 일들, 즐거운 일들, 각자 영화제의 스탭들, 초청게스트에 대한 수다를 나누기도 하고 간식과 식사를 서로 챙겨주기도 하며, 대만여성영화제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다른 스탭들과 마찬가지로 불려 나와서 같이 회의하며 서울에서는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질문 받기도 했다.

 

올해 대만여성영화제의 한 섹션 타이틀은 "Stay Tuned, Stay Young"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여성영화제 중의 하나이지만 여전히 세상의 일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는 대만여성영화제의 20주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황미요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