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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

여성영화제와 공부하는 여름_두 해째 씨네페미니즘 학교

여성영화제와 공부하는 여름_씨네페미니즘 학교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미디어교육실은 영화제의 지역적•시간적 제약을 극복하여 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더욱 많은 관객들에게 여성주의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상시적 상영회를 마련하고, 영화와 문화를 통해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와 고민을 넓고 깊게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지난 2012년 여름에 시작한 씨네페미니즘 학교에서는 대중영화 비평, 공포영화 장르와 여성혐오, 성정치학, 씨네페미니즘 미학의 역사, 여성주의 다큐멘터리 등을 주제로한 강좌시리즈가 개설되었고 여성주의 미학과 비평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강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3년 여름강좌 시리즈인 <비정규직 시대의 여성 로맨스 판타지 – 노동, 젠더, 아시아> 강좌는 “1강: 변화하는 여성 로맨스 판타지 - 계급상승은 포기해도 로맨스는 영원히”, “2강. 초식남건어물녀 공동체 – 여성간 우정과 친여성• 탈가부장적 남성 판타지”, “3강. 비정규직의 시대의 직장 판타지 -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와 철벽녀 프로페셔널”, “4강. 아름다운 그대에게 – 초국적여성팬덤의 탈국가적 통약성”, “5강. 여성이론연구소 “후기자본주의와 로맨스” 강좌 선생님들과의 대화”로 구성되었다. 


이 강좌에서는 최근 몇 년 간 한국 TV와 영화, 서브컬쳐에서 인기를 모았던 여성 로맨스 판타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관찰들을 '계급이동의 불가능성', ‘노동 유연화와 평생직장의 해체’, ‘국가-이후 (post-national)’이라는 동시대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 보고, 이러한 판타지들이 기존의 젠더 질서에 어떻게 순응/불화/협상하는지를 논의하였다. 또한 여성 판타지들이 초국가적으로, 특히 동아시아 간 활발하게 교통/공유/번역 되는 것에 주목하여, 초국가적 여성 관객/수용자 공동체가 가지는 역동성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강좌 특성상 최근 10년간 여성 수용자 사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았거나 주목할 만한 팬덤 현상을 낳은 영화, TV드라마의 중요 부분들을 수강생들과 다시 보고 역사적 궤적을 그려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 문화비평의 역사, 기존이론과 논의들도 토론되었고 동시대 새로운 문제 틀의 가능성도 모색할 수 있었다. 


     초국가적으로 수용되는 판타지 중 대표적인 작품 <꽃보다 남자> 한국판과 중국판


강좌에서 주로 다루어졌던 관찰들이 그 자체로 페미니즘적인 것도 아니고 페미니스트의 문화비평 방법론으로 그 현상들을 ‘페미니즘적’인 것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 강의 목적도 아니었으며, 주차별 주제에 따라 때로는 아직 이론적 뒷받침이 불충분한 흥미로운 관찰과 가설로서의 아이디어만 있는 논의들도 있어서 ‘페미니즘’이라는 분석틀로 뭔가 시원하고 딱 떨어지는 강연을 원하는 수강생들의 기대에 어긋날까 하여 걱정도 했었는데 매시간 매우 진지하고 집중된 분위기에서 강좌를 마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제 두 번째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여름행사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씨네페미니즘 학교. 내년에도 여성주의 공부하기와 함께하는 여름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글 : 황미요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