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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해일 앞에서 The Fearless And Vulnerable

해일이 밀려오는데 한가롭게 조개를 줍고 있다는 비난은 페미니즘을 말하는 목소리를 다른 대의 앞에 숨죽이게 만들곤 했다.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그 자체가 해일이 되어 한국을 휩쓴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은 더 이상 그런 비난에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페미당당’은 그 한가운데 있는 단체다. 사건 직후 근조리본이 달린 거울을 든 채 행진하는 캠페인 ‘강남역 거울행동’을 조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촛불 정국에서는 광장의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페미존’ 구성에 함께 했다. 무엇보다 ‘검은 시위’에 참여하고 미프진(임신중절약)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기획하며 낙태죄 폐지 운동에 앞장섰다. <해일 앞에서>는 페미당당의 활동을 오랜 기간 근거리에서 지켜보며 기록한 영화다.

 

같은 여성으로서 내가 죽을 수 있었다는 공감으로 한자리에 모였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차이를 지닌 여성들이 존재한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함께 하는 단체들 사이에서도, 페미당당 구성원 내부에서도 언제든 해일 앞에서 조개를 줍는 개인들의 목소리가 억압당할 수 있다. 영화는 해일이 된 새로운 물결의 활력에 집중하는 동시에 움츠러드는 웅성거림에도 귀를 기울인다. 새로운 물결을 타고 당당하게 한 목소리를 내는 단체 활동 장면 사이사이에는 구성원 개개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삶의 장소들 아래로 나지막이 깔리는 각자의 고민들이 자리한다. 공동체 내부에서 이견을 내는 것이 바깥과 싸우는 것보다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해일 앞에서 The Fearless And Vulnerable
한국장편경쟁|전성연|한국|2019|85min|15세 이상|DCP|컬러|다큐멘터리

122 2019-08-30 | 20:00 - 21:2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GV
413 2019-09-02 | 17:00 - 18:25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GV

 

글 김선명 | 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