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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PREVIEW] 레이디월드 Ladyworld

<레이디월드>

굉음, 진동, 비명을 동반한 어둠이 물러서자 살아남은 소녀가 하나 둘 나타난다. 생일파티를 위해 모인 8인의 소녀들은 의문의 재난으로 인해 내부에 고립되었다. 잔해에 파묻힌 채 출구는 폐쇄되었고 전파는 닿지 않으며 구조하러 오는 어른 하나 없다. 이미 모두 죽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계는 이미 멸망했는지도 모른다. 불안과 의혹 속에서 소녀들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그녀들을 세뇌시키고 최면에 빠뜨리며 지배하려 한다는 편집증에 빠져들어 간다.

 

틴에이저 심리물 <레이디 월드>는 초자연적 우화답다. 영화는 분명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 대왕」을 10대 소녀 버전으로 각색한 것이 분명하다. 아직은 미성숙하고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녀들은 점차 퇴폐적이며 사악한 광기에 휩싸여 간다. 골딩의 소설에서 보이지 않는 ‘짐승’에 대한 공포가 소년들을 광기와 폭력으로 몰아갔다면, 영화 <레이디 윌드>에서는 미스테리어스한 ‘그(남자)’의 존재가 소녀들을 야생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몰아넣는다. 강력한 존재의 영향 하에서 소녀들은 점차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이고 의상과 메이크업은 점점 더러워진다.

 

작품은 명랑하고 위생적이며 진취적인 소녀들을 상상하지 않는다. 소녀들은 무정부적이며 취약하고 퇴폐적인 동시에 불결하다. 여성에게 강요되는 표준적 아름다움의 기준에 도발하듯, 영화는 반문화적 소녀 표상을 통해 사이키델릭하며 아방가르드한 에너지를 응집시킨다. 소녀의 보이스로 구성된 인상적 사운드 스케이프와, 분명 폐쇄돼 있음에도 외부가 보이는 창문이 있는 공간구조도 기묘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을 시작하여 국제적인 언더그라운드 문화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만다 크레이머의 작품이다.

 

 

레이디월드 Ladyworld
국제장편경쟁|아만다 크레이머|미국|2018|94분|15세 이상|DCP|컬러|픽션

119 2019-08-30 | 20:00 - 21:3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3관
333 2019-09-01 | 21:00 - 22:3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616 2019-09-04 | 17:00 - 18:3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글 송효정 | 리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