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괴물의 민낯이 드러났다”
영화 <와인스타인>(우르슬라 맥팔레인, 2019)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프로듀서에서 이제는 가장 악명 높은 권력형 성범죄의 표본이 된 하비 와인스타인의 추악한 민낯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다. 8월 31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는 권지안(솔비) 아티스트와 이화정 씨네21 기자를 ‘스타토크’로 초대해 관객과 함께 <와인스타인>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015년부터 음악, 미술, 퍼포먼스,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권지안 작가는 최근 ‘여성의 상처’를 주제로 한 작품 '셀프 콜라보레이션' 시리즈 'Red : 여성의 상처'를 선보이는 등 여성 예술가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쌓아나가는 아티스트이다. 권 작가는 그동안 미투 운동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대되어 함께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와서 매우 기쁜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미투 운동은 혁명이다'라는 말”
이날 스타토크에서는 ‘연예인 솔비’로서가 아닌 ‘여성 예술가 권지안’의 진중한 발언이 이어졌다. 영화 <와인스타인>을 보고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슬픈 현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용기 내신 피해자들 덕분에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는 감상을 전하기도 했다.
권 작가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미투 운동은 혁명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본인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면서 “미투 운동을 통해 과거의 경험이 나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명백하게 ‘그건 범죄구나’라는 인식이 생겼다. 우리의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며 문제점을 인지하고, 함께 토론하면서 인식의 변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관객이 적극적으로 질의에 참여했으며, 권 작가 또한 답변마다 진심을 담아 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예계 종사자로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아무도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도전이기 때문에, 어린 친구들 입장에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때 곁에서 ‘이것은 옳지 않다’고 분명하게 알려줄 어른이 필요하다. 그런 어른이 부재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이며, 현재 미투 운동이 이와 같은 교육적인 역할을 해낸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유명인으로서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미투 운동에 관한 뉴스를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노를 느끼고,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높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발언 후에는 개인이 모든 책임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친다. 권력 구조가 견고하고 카르텔이 심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피해자와 고발자가 보호받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용기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여기 오신 분들이 앞으로도 많은 지지를 보태주셨으면 한다”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권 작가는 “여러분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든든한 마음이다”라며 “여성뿐만 아니라 많은 남성 또한 <와인스타인>을 관람하기를 바란다. 성폭력 문제를 인지함으로써 함께 사회를 바꿔나갔으면 한다”는 기대를 덧붙였다. 이날 스타토크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권지안 작가가 거쳐 온 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동시에, 사회를 향해 용감한 발언을 아끼지 않은 풍성한 자리였다. 앞으로도 탐구하는 자세로 여성 예술가로서 영역을 넓혀갈 권지안 아티스트의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글 선채경 자원활동가
사진 이상희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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