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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데일리

[INTERVIEW] 국제장편경쟁 심사위원, 사라 켈러

심미적 쇼트를 찾아서

사라 켈러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해 20주년을 맞아 국제장편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신진 여성영화감독들의 장편 극영화를 소개하며 영화산업의 불평등을 비판하고 여성주의적 영화 만들기를 함께 고민하는 장이다. 올해는 8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영화제에선 올봄 우리 곁을 떠난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의 추모전 또한 열린다. 추모전과 함께 그들의 영화 세계를 조명하고 영화사에 남긴 흔적을 돌아보는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국제장편경쟁 심사위원이자, 스페셜 강연 ‘법도 지붕도 없이: 영화예술의 이단아,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의 강연자인 사라 켈러(Sarah Keller)를 만났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적이 있었나.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바바라 해머가 생전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몇 차례 찾은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녀의 작업에 대해 말하러 올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

 

 

먼저 영화제 관객들에게 소개를 부탁한다.

보스턴 메사추세츠 대학의 부교수이며, 영화학과장으로 있다. 지금은 바바라 해머를 연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시네필리아에 관한 책을 썼다. 마야 데렌의 작품 세계를 연구한 적이 있는데, 바바라 해머에 대한 관심도 그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바바라 해머가 마야 데렌에 관한 영화를 찍고 있어서다. 그때는 아직 영화가 완성되기 전이어서, 그녀가 시도하는 여러 가지 형식과 다양한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국제장편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한다. 심사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영화의 무엇을 보려 하는가.

보통 나는 정보를 먼저 읽지 않고 영화를 보러 가는 편이다. 영화를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내러티브나 캐릭터보다 영화의 시각적 측면, 쇼트 구성의 미학이다. 개막작 <신은 존재한다, 그녀의 이름은 페트루냐>도 무척 흥미로웠다.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멀리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그에 걸맞은 분명한 이유가 있더라. 실험영화나 추상영화, 서사성이 짙거나 강한 여성 캐릭터에도 모두 매력을 느낀다. 무엇을 만들더라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나 명확하고 확실하게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국제장편경쟁부문은 전 세계 여성감독들의 첫 번째, 두 번째 장편 극영화를 소개하는 자리다.

경험이 적거나 많은 것에 따라 작품 자체에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와 관계없이 내가 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 시각적인 언어들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영화제가 그런 신진 여성 감독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영화를 지지하고 초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여성 감독들에게는 첫 번째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다음 작업을 이어가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두 번째 작품을 만드는 것이 첫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들기도 하다. 그것을 지원하고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질산염 키스>

 

8월 31일에는 스페셜 강연자로도 참여한다. 강연 제목이 ‘법도 지붕도 없이: 영화예술의 이단아,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Without a roof or law”: the Renegade Film Art of Agnes VARDA and Babara HAMMER)다. 강연에 관해 미리 귀띔해준다면.

‘법도 지붕도 없이’는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 제목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영어로 번역되며 <방랑자 Vagabond>(1985)가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의미가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지점이 있었다. 선구적 영화감독이었던 바르다와 해머의 영화들을 가둘만한 ‘지붕’은 없다. 그들의 영화는 경계를 넘는다. 강연에선 경계를 넘나드는 그들의 작업과 이단아 되기에 관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아녜스 바르다는 누벨바그의 첫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녀가 여성이고 다른 감독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누벨바그의 시작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두 감독이 여성영화인에게 주어졌던 다양한 한계에 어떻게 맞섰는지에 관심이 있다. 

 

아녜스 바르다와 바바라 해머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개인적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삶과 영화에서 무엇을 느꼈나.

처음 보았던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1962) 인데, 정말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는 누벨바그 영화들을 사랑했지만 그건 매우 남성 중심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의 영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러웠고, 카메라의 움직임과 캐릭터와 색의 사용 등 모든 것이 참신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그녀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접하게 됐고, 영화감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녀의 독특한 아이디어에 다시 한 번 굉장한 즐거움을 느꼈다. 바바라 해머와는 그녀가 <마야 데렌의 싱크>(2011) 작업을 할 때 알게 됐다. 마야 데렌이 뉴욕에 살 때 사용했던 싱크가 보존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 해머가 그걸 가지고 영화로 만들었다. 해머는 물건과 장소가 예술가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비숍에 관한 영화를 만들 때, 그녀는 특정한 장소에서 작업한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알기 위해 비숍이 갔던 모든 장소에 방문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가 작업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해머의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었고, 나 역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게도 특정한 영화관과 좌석, 도서관과 시끄러운 공간이 각자 특별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인 접점을 느꼈다.

 

 

이번 영화제는 동시대 여성 영화인들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동시에, 영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여성 감독들의 실천과 작품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여성영화제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이미 그것에 대해 많이 대답한 것 같다. (웃음) 이렇게 많은 여성 감독들의 영화를 한 번에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건 정말 선물 같은 일이다. 이런 기회가 만들어지는 건 쉽지 않다. 여기 초청된 작품 중 대다수는 미국에서도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보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으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21년이나 이어져왔다는 것이 감탄스럽다.

 

 

 

글 손시내(리버스)

사진 조아현

통역 박진희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