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썬(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버닝썬)”으로 드러난 한국 사회의 ‘강간 비즈니스’를 파헤치다
영화가 현실의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의 쟁점을 보는’ 포럼을 매년 이어나가고 있다. 2019년 쟁점포럼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는 8월 31일 오후 1시 문화비축기지 T2에서 권김현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의 사회로 개최됐다.
이날 포럼은 김주희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배주연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황유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의 발표와 영화연구자 황미요조, 이영재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2019년은 연초부터 ‘버닝썬 게이트’로 들썩였고, 뒤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3년 성접대를 받은 사건이 폭로되었다. 고 장자연 배우가 2009년부터 연예기획사에 의해 언론사 등에 성접대를 강요받았음을 폭로한 사건 역시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대상이 되었으나 성과 없이 종결되었다. 이러한 시국에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쟁점포럼은 한국영화에서 재현되는 ‘강간 비즈니스’를 되짚어보고, 반성매매정책의 개선 및 보안 방안을 토론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
먼저 김주희 교수는 ‘버닝썬 게이트’가 사실상 새로운 사건이 아님을 지적했다. 한국 남성이 오랫동안 영위해온 ‘강간 비즈니스’의 일부가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고 평함과 더불어,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클럽, 한류 아이돌 기획사, 투자회사 등 전방위적 산업 시스템과 남성의 일상 문화에 관해 어느 때보다 진지한 성찰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포럼의 첫 발표를 시작했다.
이어 배주연 프로그래머가 한국영화에서 여성을 소품처럼 전시하는 ‘룸살롱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이러한 미디어 재현에 관한 문제는 최근 ‘룸살롱’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을 통해 대두된 현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들여다보면 ‘기생, 기지촌, 양공주, 텐프로’에 걸쳐 장기간 지속된 ‘강간 비즈니스’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시간여의 발표가 마무리되고 패널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동남아 등지에서 성매매 여성을 ‘수입’하는데 이용되는 ‘E-6 비자’ 논란부터 성판매 여성 불처벌주의의 ‘노르딕 모델’, 성구매 남성 처벌 방안에 이르기까지 한국에 만연한 ‘강간 비즈니스’를 제거하기 위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되었다.
100주년을 맞은 한국영화 속에서, ‘장학썬’으로 칭해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는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을 마주한다. 피해자는 침묵 ‘당하며’ 가해자와 방관자는 그 침묵을 바탕으로 결속한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은 ‘미투 혁명’에 동참하며 함께 침묵의 벽을 깨나가는 중이다.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보이스 상을 받은 서지현 검사와 ‘스쿨미투’를 시작한 청소년에게서 그러한 균열의 시작을 목격할 수 있다. 침묵의 벽이 무너진 자리에서 법과 구조는 어떻게 바로 설지, 한국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하고 고발할지, 대중과 영화인의 지속적인 집중이 필요한 때다.
글 선채경 자원활동가
사진 조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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