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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13회(2011) 영화제

모두 듣고 계십니까? 우리들의 시간, 함께 할 이야기

                        영화는 보는 장소에 따라 다른 호흡, 다른 감정을 안겨주기도 한다. 12회 [오픈 시네마] 상영작 <마더> GV

 

                                  가장 뜨거운 부대행사 퀴어나잇(좌)과 12회 아시아 단편경선 감독들과의 GV(우)


부산영화제 기간에 [영화제 연구의 현황과 영화제의 역할]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자는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기도 한 김소영 영상원 교수와 마리즈크 드 발크 암스테르담 교수,
그리고 저명한 영화학자 토마스 엘제서가 참석한 세미나였다.

이 세미나에서 김소영 교수는 지금 영화제는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상영(독립영화, 예술영화, 대중영화)
이라는 문화확산을 넘어 기획과 제작 역할까지 겸하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비지니스 성격만이 영화제 성공의 기준임을 강조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마리즈크 드 발크 교수는 유튜브 시대의 영화제 역할에 대해 말했는데 
영화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이 자유로워진 이 시대에 (굳이 극장상영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영화제 역할이 무엇이냐고 묻고 있었다. 그녀는 영화제는 문화 교류나 확산의 문지기이며 문지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지기.

성영화제는 어떻게 문을 열고 어떻게 닫고 있는가?

여성감독을 육성하고, 여성감독의 눈으로 본 세계의 다양한 여성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 
지금까지 여성영화제의 문지기로서 역할이다.

이 역할, 여전히 유효한가?

야타족이나 오렌지족이 마치 조선시대 단어처럼 들린다는 김소영 교수의 표현처럼 
여성주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은 유효한가?
요즘 아무도, 그 누구도 페미니즘이라 입 밖에 내는 것을 들은 기억이 없다. 

여성 독립영화 감독들은 여성영화제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가? 
독립영화의 정체성 안에서 여성 감독으로 여성영화제에 그들이 바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은 준비가 되었는가?

매년 쟁점 섹션을 통해 여성영화제는 끊이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누가 이것을 듣고 있는가?

신촌을 거점으로 홍대로 이어지며 형성되는 문화에
여성영화제는 어떻게 끼어들고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

세미나를 듣고 나온 날 갑자기 내린 안개에 갇힌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10회를 지나 13회를 맞는 여성영화제.   
쌓아온 역사만큼 앞으로 쌓을 시간들이, 우리가 만들어야 할 시간들이
느닷없이 한꺼번에, 실타래가 되어 우리 앞에 놓여진 것만 같은.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영화제인 만큼
우리가 풀어야 할 시간들은 결국 관객과 함께 풀어야 할 시간들이다.

모두 듣고 계십니까?!